
[더구루=홍성환 기자] 디지털 보험사들이 계속된 적자로 생존 위기에 몰렸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캐롯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신한EZ손해보험·카카오페이손해보험 등 국내 디지털 보험사 5곳의 지난해 순손실 규모는 1850억원이었다. 전년 2330억원 순손실에 비해서는 나아졌지만 실적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체별로 국내 최초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은 지난해 660억원의 적자를 봤다. 전년 760억원 순손실 대비 개선됐지만 2019년 출범 이후 6년 연속 적자다. 자본적정성 유지 등의 어려움으로 대주주인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 수순을 밟고 있다.
하나손해보험 역시 2020년 하나금융지주에 인수된 이후 계속 적자 행진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28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880억원 순손실 대비 적자폭이 개선됐지만, 이는 본업인 비대면 대신 대면 영업을 강화한 데 따른 것이다.
이외에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은 260억원, 신한EZ손해보험은 170억원,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480억원의 순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이들 세 곳은 전년보다 적자폭이 확대됐다.
디지털 보험사들은 계속된 적자로 자본금을 까먹으면서 모회사 지원으로 버티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캐롯손해보험의 자본총액은 1547억원으로 자본금(2987억원)을 크게 밑돈다. 자본잠식률은 48.2% 수준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의 경우 자본금 3690억원 가운데 1506억원만 남았다. 자본잠식률은 59.2%다. 2023년 말 자본잠식률이 74.9%까지 치솟았지만 모기업인 교보생명이 1250억원을 투입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자본총액은 799억원으로 자본금(2000억원)을 하회하고 있다. 자본잠식률은 60.1%다. 하나손해보험은 작년 말 기준 자본총액이 4446억원으로 자본금(5611억원)보다 낮다.
신한EZ손해보험은 자본총액이 1113억원으로 자본금(1062억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신한EZ손해보험에 대해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디지털 보험사들은 출범 당시 온라인 판매 창구를 활용해 고객 편의성을 향상하고 소액·미니보험을 통해 위험보장 공백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비대면 판매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고, 눈에 띄는 혁신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