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리더십에 쏠린 글로벌 시선]<下> 유럽·남미·중동 "미래소재 세계 공급망"

아르헨티나 밀레이 대통령 1기 내각과 포스코 만남 관심 집중
현지 리튬 투자 지속성 최대 화두…차기 회장 염두한 포석
포스코홀딩스 출범 후 신사업 투자 봇물…ESG 경영 '속도'
신임 회장의 막중한 임무…미래사업 성과·그룹사간 시너지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을 뽑는 인선 작업이 '6배수'로 압축됐다. 유력 주자로 꼽힌 인사 다수가 탈락하고 깜짝 인물이 포함되면서 포스코 안팎이 술렁이는 분위기다. 특히 오는 7∼8일 심층 면접을 통해 결정되는 회장 최종 후보 1명에 세계 주요 국가들의 관심이 뜨겁다. 포스코가 글로벌 시장에서 이차전지 소재 핵심원료인 리튬, 니켈부터 양극재와 음극재 등 최종 소재까지 모두 공급 가능한 밸류체인을 갖춘 유일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본업인 철강사업 경쟁력 강화로 내부를 다독이는 한편 이차전지·에너지 등 미래사업 전환 과정을 이끄는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차기 회장으로 선출돼야 한다는 재계의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포스코홀딩스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비(非)포스코 인사 절반이 최종 후보자 명단에 넣은 것도 포스코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편집자주-

 

[더구루=정예린 기자] 지주사 체제 전환 3년차에 접어든 포스코가 미래 투자 밑그림을 완성하고 실행으로 옮기고 있다. 새로운 수장을 맞이할 시점과 맞물리며 신사업 핵심 거점인 해외 각국에서도 신임 회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포스코라는 거대 선박의 '조타실 키'를 쥐고 미래 기틀을 마련하는 중책의 자리에 오를 인물이 누가될지 이목이 쏠린다. 

 

7일 아르헨티나 유력 경제지 '암비토 피난시에로' 등에 따르면 현지 주요 언론은 지난해 12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취임 이후 포스코그룹 고위 경영진과 정부 관계자 간 잇단 회동을 심도있게 보도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만남만 취임 40여일 만에 4차례에 달한다. 

 

가장 최근에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니콜라스 포세 대통령 비서실장, 루이스 카푸토 경제부 장관 등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카사 로사다)에서 회동했다. 밀레이 대통령 취임 이후 꾸려진 1기 내각과 최 회장 간 첫 만남이다. <본보 2024년 1월 22일 참고 최정우 포스코 회장, 아르헨티나 '현장경영'…현지 정부 고위 관료들과도 회동>

 

앞서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총괄(부사장)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다이애나 몬디노 아르헨티나 외무장관 주재의 국가 전략 회의에 참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포스코 아르헨티나의 정성국 상무보와 박순학 카타마르카사무소장이 각각 약 일주일 간격으로 몬디노 장관과 라울 하릴 카타마르카주 주지사와 만나 사업 현황을 논의한 바 있다. <본보 2023년 12월 27일 참고 [단독] 최정우 포스코 회장, 리튬 투자 확대 위해 다음달 아르헨티나行>

 

 

◇ 아르헨티나, 포스코 차기 회장 주목하는 핵심 이유

 

아르헨티나 정부와 포스코 간의 만남은 당국의 초청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1기 내각 출범 한달여 만에 서둘러 자국이 아닌 해외 기업인을 초청, 경제·재정 개혁 방향을 공유하고 투자 현황을 살핀 것은 이례적이다. 포스코를 아르헨티나 경제 성장을 이끌 핵심 기업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암비토 피난시에로는 최 회장과 내각 각료 간의 만남에 대해 "중앙 정부 관리들은 포스코의 리튬 투자를 유지하기 위해 입법 제안과 지방정부의 이니셔티브를 모두 촉진하는 규제 완화 패키지를 공유했다"고 전했다. 차기 회장 취임 이후 포스코의 해외 투자 사업 전략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 회장과의 면담은 새로운 회장 체제 하에서도 변함없는 현지 사업 투자를 약속받기 위한 자리였던 셈이다. 

 

최 회장은 리튬과 그린수소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약속, 경영진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전략 수정 우려를 일축했다. 직·간접적인 현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아르헨티나의 경제 발전에 일조하겠다는 방침을 확고히했다. 

 

◇ '지주사 전환 목적' 신사업 가속페달…탈탄소화·기업가치↑

 

포스코그룹은 2022년 3월 순수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당시 ㈜포스코가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포스코홀딩스와 철강 사업을 영위하는 포스코로 나눠졌다. 그룹 내 친환경 사업 투자 가속화를 포스코홀딩스 출범 주요 목적으로 꼽았었다. △이차전지 소재 △리튬·니켈 △수소 △식량 등을 핵심 사업으로 선정하고 2030년까지 기업가치를 3배로 증대시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실제 출범 이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단독 또는 합작으로 신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주력했다. 아시아, 오세아니아,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세계 전 대륙에 포스코 깃발을 꽂았다. 노력을 인정받아 철강 기업 이미지를 점차 희석시키고 친환경 기업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자본 시장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했던 철강 사업 비중을 점차 축소하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다양한 투자처 중 가장 사업 규모가 큰 곳은 단연 아르헨티나다. 포스코는 2018년 3100억원을 투자해 옴브레 무에르토 리튬 염호를 인수했다. 2022년 3월 올 2분기 가동을 목표로 연산 2만5000t 규모의 수산화리튬 생산 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같은해 10월 10억9000만 달러(약 1조4590억원) 규모의 2단계 투자를 확정했다. 2028년까지 동일 염호에서 최대 10만t 규모까지 생산을 확대한다. 

 

호주 광산기업 '필바라 미네랄스(Pilbara Minerals, 이하 필바라)'와의 합작투자도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포스코는 2018년 필바라에 지분 투자한 데 이어 2022년 리튬 생산 합작법인인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을 출범했다. 포스코와 필바라가 각각 지분 82%, 18%를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7600억원을 들여 광양 율촌산업단지 내 19만6000㎡ 부지에 수산화리튬 공장을 짓고 있다. 필바라에서 연간 31만5000t의 리튬 광석을 공급받아 연산 4만3000t 규모의 수산화리튬을 생산한다. 전기차 100만 대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올해 말 준공 목표다. 

 

이차전지 소재 외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도 포스코의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 중 하나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50만톤(t), 2050년까지 700만t 수소 생산체제를 갖춘다는 목표다. 호주와 중동, 말레이시아, 인도, 북미를 중심으로 10여 개 블루·그린수소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만에서 그린수소를 독점 개발할 수 있는 사업권을 확보했고, 서호주에서 연간 2000t 규모의 1단계 그린수소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국영석유회사 YPF와 양해각서(MOU)를 체결, 파타고니아에서 그린수소 생산도 검토 중이다.

 

양자컴퓨팅 기술 확보에도 나섰다. 포스코홀딩스는 프랑스 '파스칼(PASQAL)'과 작년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열린 '퀀텀코리아 2023' 행사에서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에 협력키로 했다.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그룹이 가진 AI 기술을 파스칼 양자컴퓨터 기술에 접목, 친환경 제철에 들어갈 수소 생산공정 최적화와 2차전지 소재 개발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 왕관의 무게…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포스코그룹은 지주사인 홀딩스 출범 후 첫 최고경영자(CEO) 선출을 앞두고 있다. '최종 1인'이 가져야 할 자질에 대한 논의가 회사 안팎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대표 사업으로 자리잡은 철강 경쟁력 확대 뿐만 아니라 이차전지 소재 중심의 신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포스코그룹이 철강 사업 조직을 굳이 분리한 것은 미래 성장동력이 될 사업과 성격이 180도 다르기 때문이다. 안정을 최우선으로 전통 제조업의 특성을 지닌 철강 사업과 달리 신소재·에너지 등의 분야는 변화와 혁신에 방점을 두고 있다. 지주사를 경영해 본 경험을 토대로 특정 사업에 치우치지 않고 그룹 전체 포트폴리오를 관리, 그룹사 간 시너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이 차기 회장 자리에 올라야 하는 이유다. 

 

특히 포스코는 국내 주요 대기업 중에서도 그룹사 간 통합 밸류체인 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퓨처엠 등 대표 계열사와 연계되는 투자 포트폴리오가 많아 다양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포스코퓨처엠과는 배터리 소재, 포스코인터내셔널과는 에너지 사업에서 협력한다. 

 

포스코퓨처엠은 광산, 소재, 리사이클링에 이르는 포스코그룹의 배터리 공급망 통합 밸류체인을 자사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양·음극재의 원료가 되는 리튬과 리사이클링까지 포스코홀딩스의 도움을 받아 친환경 순환체제를 구축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식량, 소재와 함께 3대 핵심 동력으로 삼은 에너지 분야에서 포스코홀딩스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가장 최근 양사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 '아드녹'과 청정수소 생산 사업을 위한 전략적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3사는 액화천연가스(LNG)를 활용한 블루수소 생산 및 공급 사업과 수소 생산시 발생하는 탄소 포집·저장(CCS) 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 
 

한편 CEO후보추천위원회는 6명의 후보로 구성된 파이널리스트를 선정했다. 오는 8일 임시 이사회를 거쳐 최종 후보자 1명을 확정하고, 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결정한다. 파이널리스트는 내부 인사 3명과 외부 인사 3명으로 꾸려졌다.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사장) △장인화 포스코 자문역 △전중선 포스코홀딩스 상임고문 등 '포스코맨'과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등 타사 전·현직 경영진들이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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