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포스코퓨처엠이 양·음극재부터 전구체까지 대규모 투자 집행을 시사했다. 거점 지역에서 생산능력을 확보, 글로벌 1위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사장은 2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비전 공감 2023: 포스코퓨처엠이 더해갈 세상의 가치' 행사에서 "2030년 매출 43조원과 영업이익 3조4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와 실행방안을 제시했다.
양극재는 2030년까지 연간 생산능력 100만t을 확보한다. 올해 5.5만t 대비 18배 높은 수치다. 지역별로 △국내 69.5만t △북미·유럽 24만t △아시아(중국·인도네시아) 6.5만t 비중을 가져간다. 니켈·코발트·망간(NCM)과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양극재 생산량이 73만t으로 가장 많다. 리튬인산철(LFP)·하이망간과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양극재는 각각 14만t, 12만t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음극재는 2030년 연간 생산량 목표치를 37만t으로 잡았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의 중국 제재 수위에 따라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지역별로 △국내 23.5만t △북미·유럽 8만t △미정 5.5만t 등이다. 지역이 정해지지 않은 케파(생산능력)는 추후 고객사 거점 위치에 따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제품별 비중은 △천연흑연 18.2만t △인조흑연 15.3만t △실리콘 음극재 3.5만t을 목표로 내세웠다.
김 사장은 "그동안 패스트 팔로워였다면 퍼스트 무버로 가기 위해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며 "대형 고객사의 수주를 많이 확정한 상태로 어떻게 빨리 공장을 지어 약속을 지키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기 때문에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투자해 공급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 직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는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투자 방안을 밝혔다.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LFP 양극재 출시를 위해 합작 투자를 검토하고, 양극재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전구체 국내 생산도 추진한다.
김 사장은 "현재는 중국 합작사를 통해 전구체를 제조하고 있지만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중국 제한이 더 강화될 경우 국내 전구체 공장에 투자할 것"이라며 "LFP 양극재의 경우 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LFP 기술을 보유한 회사와의 합작도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북미·중국과 함께 배터리 3대 시장으로 꼽히는 유럽 공장 건설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영주 에너지소재전략실장은 "유럽 OEM과 지난 5월에도 수차례 회의를 진행하고 이후에도 팔로업을 계속하고 있는 등 유럽 내 대형 OEM은 물론 신생 배터리사와도 지속적으로 얘기를 하고 있다"며 "다만 IRA와 같은 확실한 시장 규제에 따라 유럽에서도 소재사가 받을 수 있는 이익이 있느냐 이런 부분을 정밀하게 따져 진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음극재는 IRA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한다. 중국발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엔 국내에서 제조된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는 경졍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음극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흑연을 가공할 때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데 전기세가 저렴한 중국의 경쟁력이 압도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IRA 규제가 강화돼 중국산 흑연 사용이 불가능해질 경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시장에 적기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천연흑연으로 인조흑연의 성능을 구현하는 기술과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대응한 리튬메탈 개발 등도 차질없이 진행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사업 규모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되 불확실성에 기반한 선행 투자는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확고히 했다. 김 사장은 "수주가 확정되면 이에 맞춰 설비를 짓고 공급하는 (투자)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며 "좋은 제품을 먼저 개발해 놓으면 고객이 자연스레 찾아 오고, 고객이 오면 경쟁력 있는 설비를 지어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적기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윤덕일 기획지원본부장은 "예상 투자비의 많은 부분은 현재 창출 가능한 EBITDA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회사채나 유상증자, 제3자 배정 등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광산, 소재, 리사이클링에 이르는 포스코그룹의 배터리 공급망 통합 밸류체인을 포스코퓨처엠의 최대 강점으로 내세웠다. 제조업에서 출발한 기업으로서의 DNA를 포스코퓨처엠에 이식하고 그룹 전사적인 연구개발(R&D) 역량을 활용해 질적·양적 성장을 이뤄낸다는 포부다.
그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수주를 논의할 때 포스코퓨처엠 단독 보다는 그룹 차원에서 시너지를 내기 위해 포스코그룹 전체 경쟁력을 합친 컨소시엄 형태로 접촉하고 있다"며 "여러 완성 업체와 양·음극재 뿐만 아니라 자동차 강판, 모터를 만드는 전기 강판 등까지 한번에 공급하는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