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대만이 일명 '대만형 칩스법' 시행을 공식화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반도체 강국의 대규모 산업 지원 정책에 대응, 자국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26일 대만 경제부에 따르면 이달 7일(현지시간) '기업의 미래지향적 혁신 연구·개발 및 첨단 공정장비 지출에 대한 투자감면방법'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신설된 '산업혁신조례 10조2항’에 대한 시행규칙으로, 각종 세금 감면 혜택 등의 요건과 기준 등 세부 내용을 담고 있다.
새로운 조례에 따라 당국은 대만에서 활동 중인 글로벌 공급망 핵심 업체에 연구개발(R&D)와 첨단 공정용 설비 투자에 대해 법인세 감면혜택을 부여한다. 반도체와 전기차, 5세대 이동통신(5G), 저궤도 위성과 같은 첨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주요 대상이지만 업종에 제한은 없다. '미국 반도체칩과 과학법(반도체법)'과 함께 거론되며 '대만형 칩스법'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대만형 칩스법은 오는 2029년 12월 31일까지 시행된다. 주요 요건으로는 △R&D 투자액 60억 대만달러(약 2500억원) 이상 △ 순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 6% 이상 △ 유효세율 12% 이상(추후 15%) △ 첨단 공정용 설비투자액 100억 대만달러(약 4200억 원) 이상 등이 있다. R&D 투자에 대해서는 투자액의 25%를 당해연도 법인세에서 최대 30%까지 감면한다. 첨단 공정용 설비 투자의 경우 투자액의 5%를 당해연도 법인세에서 최대 30%까지 감면한다. 두가지 유형에 대한 투자 혜택을 동시에 적용할 때는 법인세의 절반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감면이 이뤄진다.
수혜를 받을 대만 기업으로는 △TSMC △미디어텍 △노바텍 △리얼텍 △윈드본 △파이슨 △델타 △난야 등이 꼽힌다. 대만에 진출한 해외 기업 중에는 △ASML △마이크론 △머크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등이 혜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이 이같은 산업 지원 정책을 내놓은 것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우위를 잃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대만 정부는 "세계 각국이 R&D‧설비 투자를 통한 경쟁우위 제고를 도모하는 가운데 한‧미‧일의 경우 각각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전폭 지원하는 전략을 수립한 상황"이라며 "대만도 반도체 산업 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