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회사 약 200곳과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 협력을 모색한다. 체코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앞세워 원전 수주에 승부수를 본다. 한편 원전 사업비는 유럽의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한수원, 체코 회사 38곳과 원전 협력
체코 매체 '아이덴즈(iDnes.cz)'에 따르면 장민환 한수원 프라하사무소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체코는 자국 기업이 최소 60% 참여하길 원한다"며 "(한수원은) 지난 5년 동안 약 200곳의 잠재 파트너를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38개 회사와 에너지 협력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덧붙였다.
입찰 가격도 언급했다. 장 소장은 체코 정부가 입찰 초기 제시한 1600억 코루나(약 9조7000억원)에 회의적이었다. 그는 "유럽의 인플레이션은 심각하다"며 "실제 가격은 이전 추정치와 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수원이 참여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도 사업비가 당초 200억 달러(약 26조8000억원)에서 240억 달러(약 32조1000억원)로 올랐다. 장 소장은 "연간 2~5%의 인플레이션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프로젝트 완료 후 가격은 계약 당시 합의한 것보다 20~30% 높다"고 설명했다.
장 소장은 체코에 제안한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블룸버그NEF가 2018년 작성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비용은 3717달러/kW로 프랑스나 미국보다 낮았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 바라카 원전 성공적…최종 제안서 제출 준비 순항
체코는 오는 10월 2일까지 신규 원전 사업 후보로부터 최종 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다.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전력공사(EDF)의 3파전 끝에 내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장 소장은 "한수원의 제안이 기술과 보안, 프로젝트 관리, 가격 측면에서 매력적일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보여줄 사례로 바라카 원전 건설을 들며 전 세계적으로 입증된 성공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장 소장은 "2021년 1호기, 2022년 2호기, 올해 2월 3호기를 완공하기로 고객에 약속했고 우리는 이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1호기 가동 일정이 기존 2017년에서 2021년으로 수정된 사실에 대해서는 "UAE는 이 지역(중동)에서 원전을 보유한 최초 국가라는 점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며 "운영자 교육을 완료하고 필요한 허가를 취득해야 해 운전 일정이 변경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체코 원전은 목표 일정을 맞출 수 있다고 자신했다. 체코전력공사(CEZ)의 자회사 EDU II와 5년 동안 협력한 만큼 2036년까지 두코바니 5호기를 지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종 제안서 제출에 대해서도 "상반기 EDU II의 경영진·엔지니어와 회의를 가졌고 수백 개의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며 "현 시점에서 최종 제안서를 기한 내에 제출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수원의 원전 수출을 방해하는 유일한 장애물은 웨스팅하우스와의 소송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작년 10월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한국형 원자로가 자사 디자인과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돼 수출 시 웨스팅하우스와 미국 에너지부(DOE)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사중재원(KCAB)에서 국제중재도 진행 중이다. 장 소장은 한수원의 대응에 대해 "소송이 진행 중이라 지금 공유할 게 없다"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