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윤진웅 기자] 현대자동차 러시아 위탁 생산업체 아브토토르(Avtotor)가 현대차 현지 자동차 생산 공장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아브토토르에 앞서 인수 추진에 나선 아빌론이 본격적인 협상을 위해 대표단을 꾸려 직접 공장을 찾는 등 속도를 올리고 있는 만큼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22일 dp.ru 등 러시아 외신에 따르면 아브토토르는 최근 현대차 러시아 생산법인(HMMR) 인수전에 참여했다. 현지 대규모 딜러 네트워크 보유사 아빌론에 이어 두 번째로 인수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들 업체와 함께 유력한 인수 경쟁 후보로 지목됐던 카자흐스탄 자동차회사 아스타나모터스는 불참한다. 아스타나모터스 측에서 HMMR 인수 추진설을 공식 부인했다.
결국 현대차가 HMMR을 매각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초 현대차는 HMMR을 보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현지 부품 수급 상황에 따라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소량 생산을 재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급업체 선정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현지 생산 재개에 따른 2차 제재와 글로벌 평판 하락 등에 대한 우려가 컸다. 지난해 나홋카 항구를 통한 새로운 물류 체인 구축에도 실패하며 운송 비용 절감 효과도 누리지 못한 상태에 이르렀다.
이미 아빌론 대표단과는 한차례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구매 조건과 매입 가격 등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아빌론 홀딩은 현대차 전용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5를 비롯해 현지 볼륨모델 '솔라리스'(국내명 엑센트), 중국 전략형 MPV 모델 '쿠스토' 등 현대차 병행수입을 맡고 있는 곳이다. 올해 초 계열사 '아트-파이낸스'를 통해 폭스바겐 현지 핵심 생산 시설인 칼루가 공장과 부품·서비스 사업부, 스카니아 금융 지원사를 인수했고, 지난 5월 러시아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기도 했다. <본보 2023년 8월 11일 참고 러 아빌론, 폭스바겐 이어 현대차 공장 인수 추진>
현지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러시아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면서 지난 1년 반 동안 HMMR 보유했다"며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상당한 손실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인수 경쟁이 붙은 지금이 매각 적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HMMR 매각 대금으로는 최소 5억 달러(6715억 원)가 제시됐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생산 시설 임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휴 공장을 매각하지 않는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옵션으로는 임대가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주요 생산 라인에 특별히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분조립생산(SKD) 방식을 채택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해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현대차 외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역시 러시아 사업 철수를 추진하고 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지난 4월 공장을 포함한 러시아 사업부를 현지 투자사인 아브토돔에 매각했다. 프랑스 르노는 보유 중이던 러시아 자동차 제조사 아브토바즈 지분 68%를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