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윤진웅 기자] 기아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보다 많은 판매를 이뤄내고 있다. 히스패닉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토대로 현지에 거주하는 멕시코 이주민들의 인기를 얻은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3일 기아 미국판매법인(KA)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총 7만930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14% 두 자릿수 증가한 수치이며 역대 7월 기준 최고 판매량이다. 12개월 연속 월별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7개월간 누적 판매량은 전년 대비 17.6% 성장한 46만5263대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히스패닉을 탁시으로 한 공략이 성과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히스패닉을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현지 홍보 부서 구성원 대부분을 히스패닉으로 채우며 전문 부서로 만드는 등 히스패닉 시장에 강한 애착을 나타낸 결과라는 것. 기아는 히스패닉 공략을 위한 별도 예산을 책정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히스패닉은 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계의 미국 이주민을 말한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왔다고 하여 '라티노'(Latino)라고도 불린다.
특히 기아는 이 같은 히스패닉 인기에 힘입어 올해 현지 시장에서 현대차를 앞서고 있다. 현대차 역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히스패닉 수요 확보에서 기아에 밀리고 있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에 따르면 현대차는 같은달 미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10% 성장한 6만6527대를 기록했다. 올해 누적 판매량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46만1140대로 집계됐다.
특히 기아는 가장 높은 판매 비중을 나타내는 현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도 현대차를 앞지르고 있다. 기아 대형 SUV 모델 텔루라이드의 경우 누적 판매 기준 6만5043대로 동급 모델인 현대차 팰리세이드(4만5199대)를 크게 앞섰다.
텔루라이드의 경우 지난해 히스패닉 모터 프레스 어워즈(Hispanic Motor Press Awards, HMPA) 선정 '올해 최고 SUV'로 꼽히며 히스패닉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모델이다. HMPA는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히스패닉 계열 자동차 전문 기자와 콘텐츠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등 20여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이 주행성능, 안전성, 환경성 등을 평가해 우수한 차량을 선정하는 자동차 시상식이다. <본보 2022년 12월 1일 참고 기아, EV6·텔루라이드 美 '히스패닉 모터 프레스 어워드' 수상>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추세는 미국 자동차 시장 수요 약 61%가 멕시코계 히스패닉으로 채워졌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현대차 역시 히스패닉 시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문 부서가 있는 기아를 따라잡기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지 전기차 시장에선 현대차가 여전히 기아를 앞서고 있다. 브랜드 전용 전기차 모델 기준 현대차 아이오닉5는 올해 들어 누적 판매량 1만7776대, 기아 EV6는 같은 기간 1만265대 판매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히스패닉의 영향이다. 아직까진 전기차를 구매를 꺼리는 히스패닉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최근 들어 히스패닉계에서도 전기차 전환에 대한 인식이 급속도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시장에서도 기아가 현대차를 추월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