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세탁기를 구매한 고객은 제품 수령 전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필요한 기능을 저장한다. 반려견을 키우면 헹굼 횟수를 늘리고 섬세 건조 기능을 택해 나만의 강아지 옷 세탁 코스를 만들 수 있다. LG생활건강에서 세제를 정기적으로 배송받고, 런드리고의 할인 쿠폰을 받아 비대면 세탁 서비스를 이용한다. 세탁기 하나를 샀을 뿐인데 고객의 가사 부담은 훨씬 줄어든다.
LG전자는 25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처럼 '초개인화'된 '업(UP)가전 2.0'을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날 류재철 LG전자 H&A(홈앤드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장(사장)은 "지금까지 가전 사업은 제품 판매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서비스 영역까지 확장하려 한다"며 "고객은 가사노동에서 해방되고 절약한 시간을 가치 있게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2일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내세운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과도 맞닿아 있다. 조 사장은 고객의 삶이 있는 모든 공간에서 고객 경험을 연결·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회사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2030년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LG전자 H&A사업본부는 이를 실현하고자 업가전 2.0을 선보였다. 업가전 2.0은 3년 이상 연구해 개발에 성공한 스마트 가전용 인공지능(AI)칩 DQ-C와 가전 OS(운영체제)를 탑재,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자는 고객 니즈에 맞춰 기능을 새로 추가하고 삭제하도록 해준다. 후자는 제품 수령 전 고객의 라이프 패턴을 분석해 최적화된 기능을 제안한다. LG전자는 올해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DQ-C 칩과 OS를 적용하고 내년에 보급형 제품까지 확대한다.
류 사장은 DQ-C 칩과 OS 탑재에 따른 가격 인상 우려에 대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OS와 칩을 오래전부터 고민했고 그 시도를 지금 실현하는 것"이라며 "단지 (새) OS를 적용했다고, 초개인화 기능을 추가했다고 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다"고 단언했다.
LG전자는 초개인화를 구현하고자 구독 서비스도 선보인다. 고객은 △모바일 비대면 세탁(런드리고) △세제(LG생활건강), 유제품(우유창고) 정기배송 △집 청소 및 냉장고 정리(대리주부) △물품 보관(미니창고 다락) △신선식품(더반찬&) 등 총 6가지 중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구독 기간도 3~6년 사이로 설정할 수 있다.
LG전자는 오는 3분기 렌털과 구독 사업을 통합해 운영할 예정이다. 류 사장은 "구독을 주력 사업으로 바꿀 것"이라며 "적어도 지금 고객의 절반 이상을 바꿀 것이라는 뜻이며 빠른 시간 안에 그렇게 되리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구독으로 사업 모델을 바꿀 시 제품 판매가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오히려 너무 늘 것 같아 걱정"이라며 "구독 서비스를 받게 되면 제품 교체 주기가 짧아져 수요가 늘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첫 업가전을 출시한 후 긍정적인 성적표를 거뒀다. 60종의 업가전과 250여 개의 업그레이드 콘텐츠를 선보여 이달까지 누적 판매량 250만대를 달성했다. 국내 가전 매출 중 45%를 업가전에서 거뒀다.
LG전자는 업가전 2.0을 국내에 먼저 도입한 후 내년 해외로 확대할 예정이다. 업가전과 함께 프리미엄 제품을 토대로 실적 개선도 꾀한다. 류 사장은 "하반기 실적이 급격하게 좋아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라며 "업가전 2.0과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준비하면 하반기에 선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