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윤진웅 기자] '샌드위치 신세'.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지침에 따른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의 미국내 처지를 놓고 하는 말이다. 아이오닉5 가격은 BMW 330i x드라이브 보다 조금 싸고 테슬라 모델 3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 가격경쟁력이 사실상 '제로'(0)인 상황이다.
19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IRA 세부지침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는 25개에서 16개로 줄었다. 7500달러 보조금 전액을 받을 수 있는 차종은 10종에 불과하며 제조사별로는 테슬라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4곳이 전부다.
IRA는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법안이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 한해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가 세액공제되는 형태로 보조금 혜택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발표된 세부지침은 북미에서 조립되더라도 올해부터는 북미에서 제조한 배터리 제품을 50% 이상 사용해야 보조금 3750달러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또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가공된 핵심 광물을 40% 이상 사용할 경우 3750달러의 보조금이 지급된다고 명시됐다.
사실상 현대차 아이오닉5의 미국 가격경쟁력은 제로화된 셈이다. 아이오닉5 현지 판매가는 5만1020달러로 테슬라 모델3(5만240달러)보다 780달러나 비싸다. 보조금 혜택(3750달러)이 적용될 경우 가격 차이는 4530달러 까지 벌어진다. 전기차 구매를 희망하는 운전자 입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을 포기할 만큼 성능 차이가 확연한 것도 아니다.
모델3의 경쟁 모델인 BMW 330i x드라이브와 비교해도 결과는 비슷하다. BMW 330i x드라이브 현지 판매가는 5만2995달러로 아이오닉5와의 가격 차이는 1975 달러에 불과하다. 보조금 혜택 없이 아이오닉5를 구입할 바엔 프리미엄 내연기관 모델을 구매하겠다는 운전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수요가 옮겨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는 IRA 세부 지침에 따른 전기차 감소 대응 방안을 서둘러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통해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GV70 전동화 모델의 배터리를 북미산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앨라바마 공장에서 조립되는 GV70은 당초 보조금 지급 대상이었으나 이번 세부지침에 따라 제외됐다. 중국산 배터리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오는 2025년 완공 예정인 조지아주 전기차 및 배터리 합작 공장의 건립에도 속도를 낸다. 조지아주 공장이 완공돼 현지에서 배터리 생산이 가능하게 되면 아이오닉5 등 전기차 모델에 보조금 혜택이 주어질 수 있어서다.
전기차 보조금 혜택 대상 범위에서 벗어난 고소득자를 타깃팅하는 것과 더불어 조립 지역에 관계없이 보조금 전액이 주어지는 리스(Lease)와 렌털(rental) 전기차 비중도 높인다.
한편 현대차·기아는 1분기 미국 시장에서 총 36만8595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12.9% 성장한 수치로 4위에 올랐다. 단일 브랜드 기준 현대차는 같은 기간 전년 대비 16% 증가한 18만4449대를 판매했고 기아의 경우 전년 대비 19.8% 상승한 18만4146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