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한아름 기자]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가 자사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Glo)가 기존 담배보다 조기 질병 발병과 관련된 잠재적 위해성 등 여러 지표에서 유의미하고 지속적인 개선을 달성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다만 일부 과학자들은 BAT의 발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궐련형 전자담배는 건강 개선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다.
7일 BAT에 따르면 흡연자 중 글로로 완전 전환한 경우, 기존 담배를 지속적으로 피웠던 사람보다 조기 질병 발병과 관련된 잠재적 위해성의 여러 지표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달성했다고 지난 6일 영국에서 발표했다.
기존 흡연자 중 글로로 전환한 사람은 기존 담배를 지속해서 사용한 사람보다 페질환이나 암, 심혈관질환 등 다양한 질환 발생률이 낮았으며, 관찰된 개선 사항은 연구 기간(12개월) 지속됐다고 회사측은 주장했다.
BAT는 1년간 영국에서 23세에서 55세 이하의 흡연자 300여 명을 대상으로 글로의 인체 유해성을 평가했다. 이들은 흡연자들로부터 혈액, 소변 등을 채취해 글로 담배 연기 속 화학물질의 영향에 대한 바이오마커를 추적했다. 그 결과 폐암과 관련된 DNA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와 심혈관질환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염증 마커, HDL콜레스테롤 등이 지속적이고 유의하게 감소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두고 과학자들은 BAT 연구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샬로타 피싱어(Charlotta Pisinger) 유럽 호흡기협회 담배 통제 위원회 의장은 "이번 연구는 현실 세계를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 대부분은 기존 담배를 사용하는 경향을 띠기 때문"이라고 했다.
BAT 연구가 글로 소비만 증가 시킬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소피 브라즈넬 배스 대학 연구원은 "이들은 바이오마커의 감소가 흡연 관련 질병의 발병률을 줄이는 데 얼마나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BAT가 후원한 만큼 이해 충돌 문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도 꼬집었다. 에스테브 페르난데스 카탈루냐 종양학 연구소장(WHO 담배 통제 협력 센터장)은 "이번 연구는 BAT가 자금을 지원하고 연구를 수행했다. 이해충돌 가능성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한편 BAT는 글로가 유해성분 노출 저감 효과가 크다며 마케팅을 펼쳐왔다. BAT는 2030년까지 비연소 제품군 소비자를 5000만명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 2020년엔 영국에서 총 500명 이상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1년 장기 임상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BAT에 따르면 해당 연구에서 일반 연초 담배에서 글로로 완전히 전환, 단독 사용한 흡연자의 경우 초기 3개월 만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독성물질 리스트 기준 담배 관련 유해 성분 노출이 현저히 저감됐다.
지난해 BAT코리아에서 법인변경한 BAT로스만스(로스만스파이스트비브이)도 "글로의 증기(에어로졸) 유해 성분 수치가 일반 연초 담배보다 90퍼센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측정된 다수의 유해 성분을 분석한 결과, 글로로 전환한 시험 참가 그룹의 유해 물질 노출 저감도는 흡연을 완전히 중단한 금연 그룹과 유사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