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LG화학이 리튬이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 공급선을 SK이노베이션에서 중국으로 돌린다. 잇단 소송으로 사이가 틀어지면서 분리막의 절반 이상을 공급받았던 SK이노베이션과의 거래를 줄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중국 상해은첩(Semcorp)과 지난 4월 습식 분리막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6억1700만 달러(약 7300억원). LG화학은 올해부터 2024년까지 향후 5년간 분리막을 공급받게 된다.
분리막은 배터리에서 전기를 만드는 양극재와 음극재의 접촉을 차단하고 미세한 구멍으로 리튬이온을 통과시켜 전류를 발생시키는 필름이다. 전기차 주행 거리와 안전성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이번 계약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 확대에 대응하고자 추진됐다. LG화학은 중국 남경에 배터리 제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신공장엔 오는 2023년까지 2조1000억원이 단계적으로 투자된다. 유럽에도 제2공장 건설을 추진, 생산능력을 2020년 110GW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업계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이 아닌 중국 업체를 택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LG화학은 그동안 분리막 수요의 절반 이상을 SK이노베이션에서 구매해왔다.
SK이노베이션은 세계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점유율 2위 업체다. 2004년 국내 최초이자 분리막 상용화에 성공해 업계 강자로 발돋움했다. 생산 규모도 뒤지지 않는다. 2020년 중국 공장에서 분리막 양산이 시작되면 SK이노베이션의 총생산량은 8.5억㎡에 달할 전망이다.
이 같은 강점에도 불구하고 LG화학이 중국 업체와 거래를 늘리는 이유는 양 사간 소송에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LG화학은 지난 4월 29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10일 10억원 규모의 명예훼손 맞소송을 청구하며 갈등이 격화됐다.
중국 업체들이 전기차용 배터리용으로 쓰이는 습식 분리막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업체들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력을 요하는 건식 분리막 생산에 주력해왔다. 건식 분리막은 휴대폰과 노트북 등 소형 배터리에 쓰인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면서 습식 분리막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LG화학과 계약을 맺은 상해은첩은 지난해 16개 생산라인을 추가하는 대규모 증설을 진행해 분리막 생산능력을 13억2000만㎡로 늘렸다. 올해 8개 라인을 더해 생산량을 연말까지 15억㎡, 내년은 28억㎡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상해은첩은 현재 중국 습식 분리막 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LG화학은 상해은첩의 주력 고객사 중 하나다. 상해은첩은 지난해 LG화학으로부터 1억5300만 위안(약 2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분리막 매출의 11.5%에 해당하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