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나신혜 기자] 중동전쟁 여파로 안정적인 해상 공급망 구축이 중요해지면서 조선업과 해운업이 상생 협력하기로 했다. 해운사는 공동 발주로 경제적인 가격에 선대를 확충하고 조선소는 일감을 꾸준히 확보해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글로벌 최고 수준인 조선·해운 산업 역량을 한데 모아 해양 패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와 한국해운협회는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조선-해운 상생발전 전략협의회' 발족식에서 '대한민국 조선해운클러스터 발전을 위한 국적선 공동발주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번 선언문은 중동전쟁으로 부각된 공급망 리스크와 양 산업 간 연계가 필요하다는 업계 지적에 따라 채택됐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등으로 핵심 에너지 수송 불안전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해상 공급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글로벌 수주 점유율 2위와 선복량 2위라는 조선·해운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양 산업 간 상생과 연계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주요 조선·해운 경쟁국들은 자국 산업 보호와 육성에 적극적이다. 미국은 전략상선대 250척을 자국에서 건조할 경우 건조비의 75%를 직접 지원하고 있다. 일본 또한 조선업 재생 기금을 통해 선가 차이를 보전하는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일본은 자국 선사와 조선소의 동반 성장을 도모하고 자국 조선소 건조 물량도 2035년까지 2배로 늘릴 계획이다. 한국도 글로벌 흐름에 맞춰 조선·해운 산업 상생 발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조선·해운 업계는 발주 연계를 통해 전략적 협력 강화에 나선다. 앞서 고려해운은 1900TEU급 컨테이너선 6척과 HMM 28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HD현대중공업에 공동 발주했다. 이러한 협력 사례를 확대해 국내 조선사는 일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해운사는 경제성과 기술력을 갖춘 선대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양 협회장은 선언문에서 △공동 발주 확대를 통한 국내 조선소의 다양한 선종 건조 역량 확보 및 원가 경쟁력 강화 △중소 조선소와 기자재 산업까지 연계되는 실질적 공동 발주 모델 활성화 △표준선형 개발, 발주 절차 효율화 및 정보 공유 체계 구축 △금융·보증 지원, 세제 인센티브, 규제 개선 등 정책적 기반 마련을 위한 공동 건의 △부산·울산·경남 및 서남권 지역 중소 조선소·기자재 산업을 포함한 클러스터 전반의 지속 가능한 발전 등 5대 협력 과제를 제시했다.
이상균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장은 "오늘 협의회는 기술 협약을 넘어서 거시 경제와 국가 보안 관점을 아우르는 확장된 협력 플랫폼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면서 "조선과 해운이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협력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종석 해운협회장은 "오늘 출범한 협의회가 단순한 논의 기구를 넘어서 실행하는 협의체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면서 "전략상선대를 포함한 다양한 발주를 통해 조선산업 유지에 힘쓰겠다"고 힘을 실었다.
◇조선·해운 업계 협력에 정부 부처까지 적극 뒷받침 '원팀'
조선·해운 업계는 이날 양 협회를 중심으로 조선사·해운사·정부·학계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회를 출범했다. 중점 추진전략으로는 W.A.V.E. 방안을 발표했다. W.A.V.E. 전략은 △세계 최고 수준 기술 확보(W) △폭넓은 산업업계 동맹 구성(A) △국적 선대 확충과 국내 조선사 일감 확보(V) △지역경제 기반의 상생 혁신 생태계 구축(E)를 뜻한다.
향후 양 업계는 4개 전략별 세부 과제를 신속히 발굴하고 구체적 실행 계획을 연말까지 수립할 계획이다. 협의회를 통해 기술개발·실증·발주·금융·제도 개선 등 주요 현안별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한다. 분기별 정례회의에서 정책 건의까지 연결하는 협의 플랫폼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또 조선 3사와 한국가스공사, 해운협회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송 협력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정부는 민관 '원팀' 구조를 만들어 나갈 계획임을 재확인했다. 특히 '자율운항선박 제조 인공지능 전환(M.AX)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기업 수요를 반영해 6000억원 규모의 인공지능(AI) 완전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 사업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암모니아·전기 추진 등 친환경 선박과 LNG 화물창 국산화 등 미래 먹거리 육성을 위해 산업부와 해수부가 공동 지원한다. 산업부는 핵심기술 개발을, 해수부는 실증 수요 발굴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MASGA)에서도 해운·항만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조선과 해운은 국가 경제 안보 산업으로서 개별 산업 차원을 넘어 수요와 기술, 실증과 제도개선을 함께 설계하고 추진해 가는 실행형 협력체계를 본격 가동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