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수현 기자]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며 국제 유가가 요동치는 가운데, 러시아산 원유가 지정학적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중동발 공급망 차질 우려가 커지자 상대적으로 운송 리스크가 적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며 가격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11일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발트해 프리모르스크항의 우랄유가격은 배럴당 116.05달러, 흑해 노보로시스크항은 114.4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0년대 초반 이후 약 13년 만에 기록한 최고가다.
인도 시장에 도착하는 우랄유의 브렌트 대비 프리미엄은 불과 2주 만에 배럴당 3.9달러에서 6.1달러로 대폭 확대됐다. 중동 원유의 공급망이 위태로워지자 인도 등 대량 소비국들이 웃돈을 주고서라도 러시아산 원유 확보에 나선 결과다.
동부 노선의 핵심인 동시베리아-태평양 원유(ESPO)는 우랄유보다 앞서 강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16~22일 코즈미노항 본선인도(FOB) 기준 ESPO 가격은 배럴당 101달러까지 올랐다. 최근 10여 년 사이 처음으로 100달러 고지를 넘어선 것이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세안 국가들의 움직임이다. 지난달 말 필리핀 최대 정유사 페트론은 러시아산 원유 248만 배럴을 전격 매입했다.
페트론의 모기업 산 미구엘은 “대체 원유가 부족할 경우 러시아산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며 실리 중심의 에너지 확보 전략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유조선 제재 여파로 한동안 몸을 사렸던 중국 국영 석유사들은 4개월 만에 다시 러시아산 원유 확보에 나섰다. 당시 ESPO 7월물은 브렌트 대비 배럴당 8달러라는 높은 프리미엄에 제시될 정도로 수요가 뜨거웠다.
독일 비영리 연구기관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전 최대 구매처였던 유럽연합(EU)의 빈자리를 중국과 인도가 대체했다. 지난해 기준 두 국가의 러시아 원유 점유율은 약 85%에 달하며 튀르키예가 6%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러시아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에너지 위기가 확산되면서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 문의가 급증했다”며 “늘어난 수요를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