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인텔 파운드리가 반도체 제조 현장에 현대자동차그룹 자회사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투입한 뒤 실제 운영 성과를 공개했다. 반복적인 공장 순찰과 설비 점검을 로봇이 맡으면서 인텔은 장비 상태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안전·유지보수 부담을 줄이는 구조를 구축했다.
28일 인텔에 따르면 회사는 스팟을 ‘칩(Chip)’이라는 이름으로 제조 현장에 투입해 공장 내부를 24시간 순찰하는 설비 점검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시각·열·음향 데이터를 활용해 장비 상태를 상시 감시한다.
칩은 하루 약 8km를 이동해 시각·열·음향 기반 16종 설비 점검을 수행한다. 압력계 판독, 배기 팬과 펌프 베어링 과열 감시, 화학 물질 저장 탱크 수위 확인, 배관 주변 누수 탐지, 계기 외관 확인 등이 순찰 루틴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열화상으로 과열 지점을 식별하고, 음향 센서로 비정상적인 진동과 가스 누출음을 감지하며, 영상 인식으로 계기 상태를 확인하고 온도·압력·습도·입자 농도 등 공정 환경 정보를 확보한다. 계단과 협소 구역 등 접근이 까다로운 장소까지 이동할 수 있어 점검 범위도 넓다.
실제 운영 과정에서 설비 이상을 사전에 감지한 사례도 공개됐다. 칩은 가동이 중단된 보일러 펌프 라인에서 이상 열 흐름을 감지해 인텔 기술진에 알렸고, 이를 바탕으로 해당 펌프가 사전에 격리돼 점검이 진행됐다. 조사 결과 펌프 내부 가스켓 불량이 확인됐다. 이를 통해 고온수 누출과 설비 손상이 예방됐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칩 활용 범위도 확대될 예정이다. 인텔은 로봇 팔 장착을 검토하고 있으며, 원격 조작 방식으로 밸브 조작·도구 이동·차단기 조작 등 '보조 유지보수(assisted maintenance)' 단계까지 적용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또 공장 내부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상 탐지 기능을 강화해 설비 상태 감시 수준을 높이고, 안전 확보와 수율 유지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인텔은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파운드리 사업 설명회 '다이렉트 커넥트(Direct Connect)'에서 스팟 도입을 발표하고 시연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스팟은 열화상 카메라로 전기 모터 과열 여부를 식별하는 등 반복 점검 자동화 적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