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셀트리온과 유한양행이 만성 두드러기 치료제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와 혁신신약이라는 서로 다른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빅파마와 어깨를 나란히했다.
16일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델브인사이트(DelveInsight)의 '두드러기 파이프라인 인사이트,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20여 개 기업이 두드러기 치료제 개발에 참여해 25개 이상의 후보 물질을 개발 중이다. 리제네론, 일라이 릴리,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노바티스,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대거 경쟁에 나선 가운데, 셀트리온의 '옴리클로(Omlyclo·오말리주맙)'와 유한양행·지아이이노베이션의 'GI-301'이 주요 유망 치료제로 이름을 올렸다.
델브인사이트는 보고서에서 전임상부터 시판 단계에 이르는 치료제를 대상으로 △작용 기전 △임상 진행 상황 △규제 단계 △기술 플랫폼 △파트너십·인수합병(M&A) 등을 폭넓게 분석했다. 보고서는 향후 수년 내 다수의 신약과 개량 신제품이 등장하며 두드러기 치료 시장 경쟁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셀트리온은 주요 시장에서 퍼스트무버 지위를 선점해 글로벌 영토 확장을 넓히고 있다. 미국 노바티스와 스위스 로슈가 공동 개발한 항체치료제 '졸레어(XOLAIR)'의 바이오시밀러인 옴리클로로 상업화 경쟁에서 한발 앞서 있다. 셀트리온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옴리클로 300㎎ 프리필드시린지(PFS·사전충전형주사제) 제형에 대한 추가 허가를 획득했다. 기존 75㎎, 150㎎에 이어 300㎎까지 라인업을 완성하면서, 오리지널 의약품 졸레어와 동일한 PFS 전 용량군을 확보한 유일한 바이오시밀러 업체가 됐다.
특히 고용량 300㎎ PFS는 단일 투여가 가능해 환자 편의성을 크게 높인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미국과 유럽이 글로벌 오말리주맙 시장의 약 89%를 차지하는 핵심 지역인 만큼, 셀트리온은 유럽 직판 체계와 미국 허가를 기반으로 시장 선점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셀트리온은 국가별 시장 환경을 고려한 맞춤 직판 전략을 전개하면서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유럽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된 퍼스트무버 제품을 통해 품질과 효능, 안전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GI-301은 차세대 혁신신약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지난 2020년 GI-301을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했다. 최근 미국에서 핵심 물질특허 등록을 완료해 지적재산권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앞서 확보한 시알산 고함량 기반 품질 특허와 이번 성분 특허가 결합되면서, 성분과 품질을 동시에 보호하는 이중 특허 체계를 구축했다는 분석이다.
임상 성과도 긍정적이다. 지난 6월 유럽 알레르기 임상면역학회(EAACI)에서 발표된 임상 1b 결과에서 GI-301은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 환자에서 기존 표준 치료제인 졸레어 대비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유리 IgE 억제 효과를 보였다. 완전 관해 환자 비율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나타냈다. 현재 국내 임상 1상을 마치고 임상 2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GI-301 관련 특허는 현재 총 21개국에 출원을 마쳤다. 국내를 비롯한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 16개국에서 등록을 완료함으로써, 글로벌 시장 내 권리망 구축을 마무리한 상태다.
셀트리온과 유한양행의 행보는 K-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두드러기 치료제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바이오시밀러로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하는 전략과, 차별화된 기전의 신약으로 시장 판도를 바꾸려는 전략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세계 최대 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알레르기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0억 달러(약 29조원)로, 그중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 시장만 해도 27억 달러(약 4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바이오시밀러 확산과 차세대 생물학제제 등장으로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임상 데이터, 특허 경쟁력, 공급 역량 등을 모두 갖춘 기업이 장기적인 승자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셀트리온과 유한양행은 각자의 강점을 앞세워 글로벌 두드러기 치료제 경쟁의 중심에서 존재감을 키우며, 글로벌 시장 내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