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본)=진유진 기자]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재팬'(eBay Japan) 온라인 오픈마켓 '큐텐재팬'(Qoo10.jp)이 K-뷰티와의 동반성장을 앞세워 일본 뷰티 시장 핵심 플랫폼으로 우뚝 올라섰다. 지난 2010년대 후반 K-뷰티의 일본 진출 초기부터 브랜드와 함께 성장 전략을 설계해온 큐텐재팬은 이제 단순 유통 채널을 넘어 '성장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이베이재팬이 지난 8일 일본 도쿄 그랜드 프린스호텔 신타카나와에서 개최한 '큐텐 메가 뷰티 어워즈 2025'(Qoo10 MEGA BEAUTY AWARDS 2025)를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이날 김재돈 이베이재팬 마케팅본부장(CMO)은 "큐텐재팬은 일본 내 뷰티 카테고리에서 압도적 점유율 1위 플랫폼이며, 젠지(Z세대) 기반 구매 빅데이터를 토대로 K-뷰티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큐텐재팬 유통총액은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전체 성장의 절반 이상은 뷰티 부문에서 나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 중심에 K-뷰티가 있다고 김 본부장은 강조했다.
큐텐재팬은 메가와리, 메가포인트, 메가데뷔, 메가오시, 라이브쇼핑, 샘플마켓, 칸닷슈 등 셀러·고객 친화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고 있다. 그중 큐텐 라이브쇼핑은 라이브 시장 성장세가 제한적인 일본에서 이례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메가와리 기간 중 진행한 라이브쇼핑은 한 시간 매출 56억원, 최대 시청자 70만명을 기록하며 업계 주목을 받았다.
더파운더즈 뷰티 브랜드 '아누아'(ANUA)는 큐텐재팬과의 협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조민재 더파운더즈 일본 영업팀 팀장은 "큐텐재팬은 단순 판매 채널이 아니라, 일본 시장에서 함께 성장 방향을 고민하는 파트너"라며 "메가와리, 메가오시, 칸닷슈 등 큐텐재팬 주요 프로젝트를 초기 단계부터 함께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아누아는 일본 시장에서 스킨케어 중심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색조, 클렌징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 중이다. 온라인에서는 큐텐재팬을 통해 신제품을 빠르게 검증하고, 오프라인에선 팝업과 소규모 이벤트 등을 통해 브랜드 저변을 넓히는 온·오프 병행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성장세도 뚜렷하다. 올해 아누아 일본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성장했다. 큐텐재팬 라이브쇼핑을 통해 선보인 'PDRN 기획세트'는 약 7만9000건 판매를 기록했다. 큐텐재팬 핵심 프로그램 메가오시에서도 '콜라겐 마스크팩 3종'이 올해 2분기 대표 아이템으로 선정돼 약 5만개 판매 성과를 올렸다.
조 팀장은 "일본 소비자는 성분에 대한 이해와 요구 수준이 높다"며 "현지 피부 고민을 반영한 아젤라익 애씨드, 어성초 클렌징오일 등이 큐텐재팬과 결합해 빠르게 성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에이피알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메디큐브'(medicube)도 큐텐재팬을 일본 시장 공략 핵심축으로 삼고 있다. 메디큐브는 지난 2020년 큐텐 입점 이후 스킨케어와 뷰티 디바이스를 결합한 한국식 홈케어 콘셉트를 일본에 안착시키고 있다.
박다희 메디큐브 일본 마케팅팀 팀장은 "큐텐재팬은 메가데뷔, 메가오시 등 프로모션을 통해 신제품을 빠르게 '히어로 아이템'으로 키울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메디큐브는 올해 3분기 메가오시를 통해 선보인 '아젤라인산 토너'로 10만여 개 판매 성과를 냈다.
일본 시장은 야만, 파나소닉 등 전통 뷰티 디바이스 강자가 버티는 구조지만, 메디큐브는 라이브쇼핑과 샘플마켓, 팝업스토어 등을 병행하며 존재감을 넓혔다. 일본 내 매출과 큐텐 내 매출 모두 세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큐텐 중심 전략 성과로 평가된다.
비나우 메이크업 브랜드 '퓌'(fwee)는 큐텐재팬을 온라인 성장 핵심 채널로 삼는 동시에, 일본 내 직영 매장을 통한 오프라인 경험을 병행하고 있다. 김대영 비나우 대표는 "큐텐재팬은 한국적이면서도 일본 소비자 니즈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라며 "온라인에서 큐텐재팬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오프라인에선 일본 감성을 반영한 공간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퓌는 현재 일본 직영점 6곳을 운영 중이며, 내년까지 15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 매출 비중은 올해 전사 매출의 약 40% 수준까지 확대됐고,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퓌 역시 큐텐 메가 뷰티 어워즈 수상 앰블럼을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데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K-뷰티 브랜드와 큐텐재팬의 관계는 이제 입점사와 플랫폼을 넘어, 함께 시장을 만들어가는 동반자로 진화하고 있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데이터와 프로모션을 함께 설계하고,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성장 경로를 공유하는 '윈윈 모델'이 일본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 K-뷰티의 다음 성장은, 큐텐재팬이라는 무대를 중심으로 한층 더 본격화될 전망이다. 세계 3위 화장품 시장인 일본에 진출하려는 K-뷰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국내 인디 브랜드들의 일본 진출 기회도 늘고 있다.
이베이재팬은 뷰티 부문 내 제2 성장동력으로 '이너뷰티'를 낙점했다. 반복 구매와 데이터 축적에 유리한 구조가 K-뷰티와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본부장은 "이너뷰티는 K-뷰티 브랜드를 통한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영역"이라며 "내적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흐름과 내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초기 성장 포인트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