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포스코홀딩스와 호주 필바라미네랄스 간 리튬 합작법인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이 미국 전기차 세액 공제 종료 등 외부 환경 변화로 단기적인 생산 조정에 나섰다. 운영 리스크를 관리하고 수요에 맞춘 유연한 생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해석된다.
호주 광산업체 '필바라미네랄스(이하 필바라)'는 24일 열린 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광양 공장은 일시적으로 배치 단위 처리(batch processing) 생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미국의 전기차 인센티브 감소와 관세 인상에 따른 한국 배터리 부문의 단기적인 부진 영향"이라고 밝혔다.
다만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고객 인증을 통해 꾸준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기존 및 추가 지역에 걸쳐 다수의 신규 고객, 특히 중기적으로 전기차 모빌리티 및 에너지 저장 분야를 위해 중국 외 지역의 리튬 화학 및 배터리 공급망 다각화를 모색하는 고객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치 단위 처리는 연속 생산 대신 일정량을 한 번에 생산하고 처리한 뒤 다음 배치를 시작하는 방식이다. 하루 전체 생산량이 반드시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 상황과 주문량에 따라 생산량이 감소할 수도 있고 기존 수준을 유지할 수도 있어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장기적 감산과 달리 변동성 높은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운영 효율과 현금·재고 관리를 목적으로 한 조치다.
이같은 생산 방식 변화는 단순한 감산이 아니라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전략적 판단으로 분석된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 세액 공제 종료와 북미 관세 인상 등으로 한국산 배터리 소재의 경쟁력이 단기적으로 약화된 가운데 배치 단위 생산은 주문량 변동에 맞춰 생산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또 리튬 가격 변동성과 한국 배터리 산업의 단기 부진이 겹친 상황에서 연속 생산보다 소규모 배치 운영이 재고와 비용 관리 측면에서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 중국 외 지역으로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는 고객사 수요까지 고려하면 배치 단위 운영은 신규 고객 인증과 시험 공급을 병행하면서 장기적 시장 대응력을 확보할 수 있는 선택인 셈이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포스코와 필바라가 지난 2022년 출범한 리튬 생산 합작법인이다. 포스코와 필바라가 각각 지분 82%, 18%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3년 11월 광양 율촌산업단지 내 제1공장을 완공했다. 1년 만인 2024년 제2공장을 준공해 총연산 4만3000톤(t) 규모의 리튬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됐다. 이는 전기차 약 1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설립 이후 빠르게 생산시설을 갖춘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초기 가동 단계에서 적자를 면치 못했다. 포스코홀딩스와 필바라는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의 설비 투자와 운영 자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5월 4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기·장기 분산으로 진행했다. 유상증자에 생산 방식 조정까지 더해 현금·원재료 노출을 줄이면서 유연하게 생산을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확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