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은비 기자] 현대차·GM·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종료 여파로 대규모 '자체 세일'에 들어갔다. 가격 메리트가 사라지자 업체들은 직접 보조금 지급에 나서며 사실상 ‘전기차 출혈 경쟁’에 나서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GM,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일제히 할인 프로모션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2025년형 아이오닉5에 현금 7500달러 지원을 이어가는 한편, 2026년형에 대해서는 트림별 최대 9800달러 인하에 나섰다. 이로써 기본 트림 실 구매가는 3만5000달러(약 4800만원)부터 시작한다.
랜디 파커 현대차 북미법인장은 “IRA 이전에도 EV 시장은 있었고 이후에도 존재할 것”이라며 “재정적 체력을 바탕으로 불확실성 속에서도 주도권을 잡겠다”고 강조했다.
GM 역시 10월 이후 리스 고객에게도 IRA 세액공제와 동일한 7500달러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는 금융 계열사 GM파이낸셜을 통해 제도 종료 전 약 3만대 전기차 물량을 미리 확보해둔 덕분이다.
포드 또한 금융 계열사 포드 크레딧(Ford Credit)을 통해 연말까지 전기차 리스 고객에게 종료 전과 유사한 규모의 인센티브 혜택을 제공한다. 머스탱 마하-E와 F-150 라이트닝 등 주요 전기차를 대상으로 적용, 보조금 종료 전과 비슷한 수준의 월 리스료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회사 측은 “소매 리스 고객이 세액공제 종료에 따른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12월 31일까지 혜택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보조금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출혈 경쟁’에 나서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장기적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짐 팔리 포드 CEO는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현재 10%에서 5% 수준까지 쪼그라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IRA 세액공제 종료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차 구매 메리트가 크게 줄었고, 여기에 미국 정부의 수입차 고율 관세까지 겹치면서 시장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완성차 업체들이 단기적으로는 자체 보조금과 가격 인하를 통해 수요를 붙잡겠지만, 이는 곧 수익성 악화와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