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 '지프(JEEP)'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픽업 차량 '글래디에이터 4xe(Gladiator 4xe)' 출시 계획이 무산됐다. 전기차 캐즘(단기적 수요 부진) 속 전동화 픽업 시장 진출을 잠정 보류, 상대적으로 수요가 안정적인 내연기관 기반 모델을 앞세워 중장기 시장 대응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프는 공급업체에 보낸 내부 서한을 통해 '글래디에이터 4xe' 개발 프로젝트를 즉시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모회사인 스텔란티스가 해당 모델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스텔란티스 대변인은 "배터리 전기 트럭에 대한 고객 선호가 변화함에 따라 제품 전략을 재검토 중이며, 지프 라인업에 전동화 글래디에이터를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며 "글래디에이터의 장기 성장을 위해 자금을 재투자하고, 고객 요청 기반 공장 기능, 맞춤형 옵션, 추가 파워트레인 선택지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래디에이터 4xe는 랭글러 기반 픽업에 4xe PHEV 시스템을 적용해 연내 출시될 예정이었다. 글래디에이터는 휠베이스가 늘어난 랭글러에 적재함을 장착한 구조로, 기존 랭글러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적용할 수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랭글러와 그랜드 체로키는 이미 4xe PHEV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글래디에이터는 2019년 출시 이후 2021년 약 9만 대를 판매하며 정점을 기록했으나, 작년에는 미국 내 출고량이 4만2000대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판매 감소는 픽업 차량 시장 경쟁 심화와 소비자 선호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지프는 가솔린 기반 글래디에이터는 계속 생산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기능 강화와 맞춤형 옵션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할 계획이다.
글래디에이터 4xe 출시가 취소된 것은 지프뿐 아니라 스텔란티스 전체의 전동화 전략 조정과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스텔란티스는 최근 전기 픽업 '램 1500 EV(RAM 1500 EV)'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또 닷지 호넷 생산을 멈추고, 닷지 차저 EV 라인업 일부 트림을 제거하는 등 전동화 모델 중심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전동화 모델과 기존 가솔린 모델 간 균형을 재조정하려는 스텔란티스의 전략적 판단으로 보고 있다. 중형 픽업 시장에서는 당분간 가솔린 중심 포트폴리오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으며, 브랜드별 수익성과 시장 대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수정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