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SK이노베이션 E&S가 참여하는 호주 최대 에너지 프로젝트 '바로사-칼디타 해상가스전(이하 바로사 가스전)'이 첫 가스 생산을 개시했다. 13년여 간의 개발 끝에 호주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결실'을 맺은 SK이노베이션 E&S는 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국내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토스(Santos)는 22일(현지시간) 바로사 가스전의 핵심 생산 설비인 'BW 오팔(BW Opal)'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 설비(FPSO)가 해저 유정과 성공적으로 연결돼 상업 가동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BW 오팔은 지난 16일 '가동 준비 완료(RFSU·Ready For Start-Up)' 판정을 받았으며, 향후 20년 동안 다윈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가스 공급을 담당하게 된다.
FPSO는 바다 위에서 원유와 가스를 추출·처리·저장한 뒤 해저 파이프라인이나 다른 선박을 통해 육상으로 운송할 수 있는 해상 플랜트다. 육상 설비 없이도 원거리 가스전을 개발할 수 있어 물류 효율과 비용 절감 측면에서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BW 오팔은 길이 358m의 초대형 설비로, 하루 8억5000만 입방피트의 가스와 1만1000배럴의 콘덴세이트(가스 응축유)를 처리할 수 있다. 선체에는 140명까지 탑승할 수 있으며, 최신 복합발전 시스템을 적용해 연간 75만 톤(t)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생산 개시는 단순히 한 척의 FPSO가 가스를 처리한 것을 넘어 프로젝트 전체가 탐사·건설 단계를 마치고 상업 생산 단계로 공식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업계에서 ‘첫 가스(First Gas)’라 부르는 이 시점은 상업적 생산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이정표다.
산토스는 바로사 가스전에서 시추한 6개 유정 모두에서 양호한 저류층 품질을 확인했으며, 5개 유정 시험 결과 하루 평균 3억 입방피트 수준의 생산 능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당초 예측을 웃도는 수치로, 장기적 생산 안정성을 뒷받침한다.
생산된 가스는 해저 파이프라인을 거쳐 호주 북부 다윈에 위치한 LNG 플랜트로 운송된다. 다윈 LNG 플랜트는 인근 바유운단(Bayu-Undan) 가스전 고갈 이후 수명 연장 공사를 거쳐 바로사 가스전에 재활용된 시설로, 별도의 신규 투자 없이 액화·저장·선적이 가능하다. 노던테리토리 환경보호청은 지난 19일 다윈 LNG의 환경 라이선스를 갱신하며 가동에 필요한 행정 절차도 마무리됐다.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산토스가 50% 지분을 보유해 주도하며, SK이노베이션 E&S(37.5%)와 일본 제라(JERA·12.5%)가 공동 참여하고 있다. 전체 연간 LNG 생산량은 350만t이다.
SK이노베이션 E&S는 보유 지분에 따라 약 130만t을 국내로 들여올 계획이다. 이는 국내 전체 LNG 수요의 약 3%에 해당한다. 민간 기업이 개발 초기 단계부터 확보한 LNG를 직접 도입하는 첫 사례로, 국제 LNG 시장의 가격 변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한 안정적 공급망 확보 효과가 점쳐진다.
바로사 가스전을 통해 확보한 LNG를 충남 보령 지역에서 건설을 추진 중인 연 25만t 규모 블루수소 생산기지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또 과거 바유운단 가스전 설비를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시설로 전환, LNG와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탄소중립 거점으로 운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