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인천공항 임대료 2차조정…"불참 고수" vs "한계 봉착"

법원 중재도 무용지물?…인천공항, "배임 우려" 내세워 '불참'
신라·신세계免 "매달 수십억 적자…합리적 조정 대화 필요"
해외 공항은 팬데믹부터 유연하게 대응…"인천공사만 원칙주의 행정 고수" 비판도

 

[더구루=진유진 기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 갈등이 2차 조정기일(8월 14일)을 일주일 앞두고 중대한 기로에 섰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버티기 한계'를 호소하며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법원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항)가 조정기일 '불참' 방침을 고수하면서 갈등은 여전히 양보없는 대치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 안팎에선 인천공항이 협상 테이블에 나서야만 실질적인 해법 도출이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인천공항과 신라·신세계면세점 간 임대료 감정 조정을 위한 2차 조정기일을 오는 14일로 지정했다.

 

앞서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6월 열린 1차 조정기일에서 인천공항 제1·2터미널 내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의 임대료를 40% 인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배임 소지와 사업자 간 형평성 문제를 들어 거부했다. 여기에 2차 조정기일마저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중재 절차는 출발선조차 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법원까지 갔지만, 인천공항 '침묵'

 

법원은 1차 조정 당시 공정 시장가 산정을 위해 삼일회계법인을 감정 기관으로 지정했다. 당초 적정 임대료 감정 작업 결과는 이달 초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면세업계 고위 관계자는 "아직 감정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2차 조정기일 당일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조정의 핵심 당사자인 인천공항이 불참할 경우, 조정 절차 자체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이 최소한의 대화 테이블에는 나와야 한다"며 "공동의 해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면세점은 지난 2023년 인천공항 입찰 당시 여객당 8000~9000원의 고율 임대료를 제시하며 사업권을 확보했다. 현재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공사에 내는 여객 1인당 임대료는 각각 8987원, 9020원 수준이다. 월 임대료만 약 300억원에 달하지만, 면세 수요는 회복되지 않아 매달 60억~80억원대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올해 상반기(1~6월) 영업손실 16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신세계면세점도 비슷한 상황이다. 신세계면세점의 상반기 영업손실은 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구조적 한계가 뚜렷해 졌다는 분석이다.

 

두 면세점은 임대표 모델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객당 과금 구조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것. 현재 인천공항의 임대료 구조는 '객당 임대료제'로, 기존 고정 임대료제 대신 면세 사업자가 납부 약정한 여객 1인당 임대료에 월 출국자 수를 곱해 산정하는 방식이다. 팬데믹 이후 여객 수는 증가했지만, 1인당 면세 소비는 되레 줄어든 상황. 이로 인해 매출과 무관하게 과도한 임대료가 부과되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월 300억원, 연 3000억원 이상의 임대료가 매출에 비해 과도하게 부과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해외 공항은 '유연하게' 대응…인천공항만 '원칙주의'

 

업계는 인천공항의 '원칙 고수' 대응이 글로벌 공항들의 '유연한' 정책과 대비된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공항이 벤치마킹했다는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면세 업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곧장 임대료 감면으로 임차업체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했다. 실제 팬데믹 기간 중 6개월간 기본 임대료를 35% 인하했고, 이후 매출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체계를 변경했다. 임차인의 부담을 한층 덜어준 셈이다. 일본 나리타공항은 매출 하락에 따라 최대 전액 감면까지 포함하는 방식으로 임대료를 조정했다. 홍콩 첵랍콕공항도 매출 급감 시 임대료 면제를 도입했다.

 

반면 인천공항은 "입찰 당시 명시된 조건"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가오는 조정 참여 거부 배경에는 법적 책임 우려가 자리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공항 내 면세점이 줄줄이 철수할 경우 이용객 불편은 물론 공항 운영 수익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면세점 측은 '전면 철수' 카드를 꺼내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업계에선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유연한 임대료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정 자체를 외면하는 건 법적 안정성 문제가 아니라 책임 회피라고 반박했다.

 

신라와 신세계가 인천공항과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각 사는 약 2000억원 규모 위약금을 떠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서는 계약 기간이 8년 남은 점을 고려하면, 현 상황에서 위약금을 감수하고 철수하는 것이 손해를 줄이는 선택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현 구조에선 업계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임시 감면이나 단계적 조정 등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결국, 공항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유연한 임대료 조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면세점이 철수할 경우, 인천공항 역시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인천공항이 협상 테이블에 나와 공항과 면세점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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