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미국 유명 와인 산지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셰이퍼 빈야드(Shafer Vineyards)'가 글로벌 와인 업계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전문가를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지 3년 5개월 만의 첫 대표 교체로 정용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로 알려져 있다. 단순 부동산 투자에서 그치지 않고, 프리미엄 와인 사업을 본격 확장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31일 셰이퍼 빈야드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에버리(Christopher Avery)를 신임 CEO로 공식 임명했다.
에버리는 △다리우쉬(Darioush) 회장 △다우 패밀리 에스테이트(DAOU Family Estates) 글로벌 판매·무역 마케팅 담당 부사장 △파트리모니 에스테이트(Patrimony Estate) 회장 △오푸스 원(Opus One) 판매·마케팅 부사장 등을 지내며 고급 와인 산업에서 20년 넘게 경력을 쌓은 인물로, 글로벌 세일즈 전략과 브랜드 구축에 정통한 전문가다. 신임 대표직은 지난 25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됐다.
에버리는 "셰이퍼는 나파밸리와 그 너머에서 상징적인 브랜드"라며 "우리 팀,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해 유산을 계승하고, 타협 없는 품질의 와인을 계속 만들어 가겠다"고 전했다.
이번 선임은 신세계그룹이 지난 2022년 2월 셰이퍼를 2억5000만 달러(당시 약 3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처음으로 단행한 경영 인사다. 셰이퍼는 나파밸리에서도 손꼽히는 컬트 와이너리로, 대표 와인인 '힐사이드 셀렉트'는 저명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수차례 100점 만점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병당 80만~90만원 대에 거래된다.
이번 인사를 통해 신세계는 셰이퍼를 단순 자산이 아닌 전략적 자회사로 운영하며, 와인 생산–수입–유통 전반에 걸친 밸류 체인 확대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L&B 등 기존 주류 유통망과의 시너지는 물론, 향후 와이너리 포트폴리오 확장 가능성도 점쳐진다.
셰이퍼 인수는 와인 애호가로 알려진 정 회장이 직접 주도한 거래로, 당시 그는 "나파밸리 와이너리는 희소성이 높고 가치 상승 여력이 크다"며 부동산 가치를 고려한 투자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CEO 교체로 단순한 수집 차원을 넘어 본격적인 사업 확장 전략이 구체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컬트 와이너리는 금전만으로 확보할 수 없는 고유 자산"이라며 "이번 영입은 신세계가 글로벌 와인 시장 내 영향력 확대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