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도미노피자가 현대자동차그룹 자회사인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을 영국 해변 피자 배달에 투입한다. 산업·정찰용으로 활용되던 스팟이 일반 소비자 대상 서비스에 적용되면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라스트마일’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30일 도미노피자에 따르면 영국법인은 동남부 해안도시 이스트본(Eastbourne)에서 스팟 기반 배달 로봇 '도미도그(Domidog)' 시범 운영을 진행 중이다. 도미노피자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해변이라는 특수 환경에서 비대면 배달의 실효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도미도그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용 로봇 '스팟'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스테레오 카메라와 각종 센서, 자율 주행 알고리즘을 통해 모래사장과 인파 사이를 피해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 고객이 도미노 앱에서 위치 좌표를 지정하면, 점원이 로봇 전용 태블릿에 위치정보시스템(GPS)과 안전 반경을 입력하고 피자 보온 상자를 로봇 등에 부착해 배달을 시작한다.
영국 법상 로봇의 공공장소 자율 운행에는 '시야 내 감독'이 필요해 로봇은 근처 텐트에서 원격 조종자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도착 직전에는 고객에게 푸시 알림이 발송되고, 고객이 '시그널 드라이버(Signal Driver)' 버튼을 누르면 로봇이 깜박이는 조명으로 자신을 식별한다.
도미도그는 배달 후에도 일정 시간 해변에 머물며 갈매기 접근을 막는 '경계 모드'를 수행한다. 로봇 팔을 흔들어 갈매기를 쫓는 방식으로, 영국 해변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피자 탈취'를 예방하기 위해 고안됐다. 실제로 도미노피자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가 해변에서 갈매기로 인한 불쾌감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스팟은 주로 산업 시설 점검, 군·경찰 정찰, 구조 활동 등 B2B 중심의 고부가가치 영역에 활용돼 왔다. 도미노피자의 시범 운영은 스팟이 플랫폼 처음으로 일반 소비자 대상의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시장에 본격 진입한 사례로, 로봇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과 응용 확장성을 시험하는 분기점으로 해석된다. 기존에는 드론이나 자율주행차, 실내 배달 로봇이 라스트마일을 책임질 플랫폼으로 주목받아 왔지만, 사족보행 로봇이 도심이나 관광지 내 특수 환경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스팟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지난 2019년 9월 출시한 4족 보행 로봇이다. 시속 5㎞의 속도로 이동하고 장애물을 피하거나 가파른 계단을 오를 수 있다. 상부에 360도 카메라와 다양한 센서를 탑재했으며,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를 접목해 위험 상황을 감지하고 해결 가능하다.
다양한 분야에서 실전 배치돼 성능을 입증하고 있다. 스팟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전 자택 순찰 임무를 수행했으며, 영국 국방부, 뉴욕 경찰(NYPD), 이탈리아 국가헌병대, 미군 민간용병기업 등 전 세계 기관에서 활용되고 있다. 싱가포르 홈팀과학기술청(HTX)은 공공 안전, 재난 대응, 방역 등 여러 분야에 투입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쉐브론과 포스코 역시 사업장에 스팟을 도입해 설비 점검 및 위험 구역 모니터링 등에 활용 중이다.
도미노피자 관계자는 "갈매기들이 너무 많은 해변 간식을 빼앗아 왔고, 이제 우리가 뭔가 해야 할 때"라며 "우리는 배달의 원조로서 피자를 가능한 한 뜨겁고 신선하게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늘 고민하고 있으며, 올 여름 도미도그 시범 운영은 오래된 문제에 기술 중심의 스마트한 해법을 제시하는 시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