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길소연 기자] 이상화 주필리핀한국대사가 한국이 필리핀의 군 현대화 노력을 진전시키기 위해 추가 방위 계약 체결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필리핀이 중국을 억제하고 전투력을 강화하기 위해 군 현대화를 빠르게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산 무기가 군사력을 강화시킨다며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24일 필리핀 현지 매체 비즈니스월드온라인(bworldonline)에 따르면 이상화 주필리핀대사는 22일(현지시간)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열린 대사관 행사에서 기자들에게 "필리핀과 더 많은 방산 계약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분열과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불안정한 세계 정세 속에서 한국이 필리핀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한국은 남중국해를 비롯한 모든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에 대한 변함없는 관심을 공유하며,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긴장 고조 속에 필리핀군(AFP) 첫 잠수함 구매가 포함된 2조 필리핀페소(한화 약 47조원) 규모의 군 전력 3차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억 페소(약 7750억원) 규모의 2차 군 현대화 프로그램은 완료됐다.
남중국해는 해저 가스와 석유 매장량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중요한 국제 무역로이다. 중국이 전 해역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면서 지역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지키기 위해 무기 구매로 군사력 증강을 꾀하고, 전력 강화를 위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필리핀은 한국산 무기 의존도를 높여 국방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산 무기의 '빠른 전력화'와 '뛰어난 가성비', 적기 인도 등의 강점 때문에 중국산 보다 한국산을 선호한다.
필리핀 국방부는 필리핀 정부의 해군 현대화 계획에 따라 HD현대중공업으로부터 10척의 함정을 구매했다. 10척의 함정은 호위함 2척(2016년), 초계함 2척(2021년), 원해경비함 6척(2022년)을 포함한다.
미국과 영국에서 물려받은 함정이 노후화돼 HD현대중공업의 신형 함정으로 자국 해군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2028년까지 남중국해 충돌에 대비해 10척 이상의 한국산 함정을 배치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호위함 3척이 인도됐으며, 남은 초계함과 원해경비함(OPV) 6척이 추가로 건조 중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는 전투기를 도입해 공중 전력을 강화했다. KAI는 지난 6월 필리핀 국방부와 FA-50PH 전투기 12대 추가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총 24대의 FA-50을 필리핀에 공급하게 됐다. 계약 규모는 항공기와 후속군수지원을 포함해 약 7억 달러(약 9753억원)이며, 2030년까지 12대 항공기를 납품하는 조건이다.
필리핀 공군은 이미 11대의 FA-50을 보유하고 있다. KAI는 지난 2014년 필리핀과 첫 FA-50PH 12대 수출 계약을 맺고, 2017년까지 모두 납품을 완료한 바 있다. <본보 2025년 3월 10일 참고 필리핀 공군 "한국산 FA-50 12대 추가 도입" 제안…추락사고 영향 無>
LIG넥스원은 대잠수함용 경어뢰 청상어를 시작으로 함대함 미사일 해성을 필리핀에 공급했다.
필리핀과의 추가 계약으로는 잠수함 사업과 다연장로켓(MLRS) 천무, 함대공·지대공 요격체계, 무인수상정 해령과 해양 유·무인복합체계 등이 기대된다.
한화오션은 해군 최신예 잠수함인 장보고-III 배치-II를 기반으로 필리핀 작전 운용 환경에 맞게 개량한 2800톤급과 1400톤급 잠수함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천무를, 전투체계 및 전술데이터링크를 수출한 바 있는 한화시스템은 무인수상정 해령과 해양 유·무인복합체계를 필리핀 해군에게 알리고 있다.
LIG넥스원은 필리핀 군이 '해성'을 통해 최초로 유도무기 실사격 명중의 쾌거를 이룬 만큼 해궁·신궁·천궁II 등 다양한 요격체계로 필리핀 수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상화 대사는 1991년 25회 외무고시를 거쳐 외교부에 입부했다. 2015년 외교부장관 정책보좌관과 2016년 북핵외교기획단장, 2018년 주미얀마대사를 역임했다. 2021년부터는 공공외교대사직을 맡아오다 2023년에 필리핀 대사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