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국내 자동차 부품사 '에스엘(SL)'이 멕시코 공장을 설립해 북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최대 고객사인 현대차그룹의 현지 생산 확대 기조에 발맞춘 전략적 투자로, 공급망 안정성 강화와 원산지 요건 충족에 기여할 전망이다.
23일 산루이스포토시 경제개발비서부(Secretaría de Desarrollo Económico de San Luis Potosí)에 따르면 에스엘은 최근 비야 데 레이예스(Villa de Reyes)의 로지스틱 II(Logistik II) 산업단지에 신공장을 완공하고 조만간 가동에 돌입한다. 총 투자 규모는 4500만 달러(약 622억원)이며, 약 500개의 현지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신공장은 8.9헥타르 부지에 연간 최대 100만 개의 헤드램프 모듈을 생산할 수 있는 12개 생산 라인을 갖췄다. 현대차·기아, 제너럴모터스(GM), BMW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에 램프 모듈을 공급하며, 2030년까지 연매출 1억4400만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스엘은 자사 미국 생산 거점인 '에스엘 아메리카'에 부품을 공급하고,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의 자동차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기 위한 목적으로 멕시코 공장을 설립했다. 작년 3월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약 1년 3개월 만에 설비 구축을 마무리하고 본격 양산을 앞두고 있다.
이번 공장 설립은 북미 완성차 고객사들의 수요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다. 특히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와 알라바마·조지아 생산 거점을 통해 현지 생산을 강화하는 가운데, 안정적인 부품 조달이 가능한 에스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에스엘은 현대차그룹의 최대 헤드램프 공급사로, 북미 시장 매출이 전체의 35%를 차지한다. GM의 말리부, 터레인 등 주요 모델에 부품을 공급 중이며, 향후 현대차·기아와 GM의 미국 내 신차 생산 확대에 따라 공급 물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루이스포토시는 "에스엘 공장 설립은 멕시코 자동차 산업의 다각화 및 현대화 전략에 중요한 진전을 의미한다"며 "이번 투자 유치는 멕시코에 대한 국제 자본의 신뢰를 재확인하고 멕시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매력적인 목적지로서의 멕시코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스엘은 1954년 ‘삼립자동차공업주식회사’로 출발해 1976년 현대차의 첫 독자 모델 ‘포니’에 헤드램프를 독점 공급하며 자동차 조명 부품사로 성장했다. 현재는 헤드·리어램프, 사이드미러 등 외장 부품을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에 납품하고 있으며, 자회사로는 백미러 전문기업 에스엘미러텍이 있다. 조명 계열사인 에스엘라이팅은 흡수합병을 통해 통합 조명 사업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