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연변=진유진 기자] '어떻게 이런 곳을 찾아냈을까.'
지난 16일, 중국 연길 공항에서 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외부 오염으로부터 철저히 차단된 백두산 자락 깊숙한 곳. 공해시설도, 농경지도, 사람도 보기 어려운 한적한 시골이었다. 삼엄한 경비를 지나 울창한 수림 속을 걷는 기자를 반긴 건 새소리와 물소리뿐이었다.
◇ 살아 있는 화산암반 용천수
숲의 끝자락, 농심 백산수 수원지 '내두천'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이도백하(二道白河) 지역, 세계 3대 수원지 중 하나인 백두산 천지에서 직선거리로 42km 떨어진 해발 670m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사시사철 수온이 6.8~7도를 유지하는 세계 유일의 저온 용천수(천연화산암반수)다.

내두천 물을 그대로 마셔봤다. 일반 계곡에서 나는 이끼 냄새나 흙냄새 하나 없이 깔끔하고 시원했다. 백두산의 현무암층과 부석층이 거대한 천연 필터 역할을 한 결과다. 41년 백두산 정기를 받아 내려온 물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해발 2744m 백두산 천지에 고인 물이 아래에 있는 현무암층과 부석층을 거쳐 50여 km를 흘러 670m에 있는 내두천에서 뿜어져 나온다. 이 과정에서 실리카와 각종 기능성 미네랄을 함유하게 된다. 백산수는 전 세계 생수 중에서 실리카 함량이 가장 높다.
◇ '그 물'을 공기와 닿지 않게
농심은 백두산 천지에 담긴 영양소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내두천에 솟아올라 오는 물줄기에 파이프를 연결했다. 내두천에서 곧장 연결된 SUS 316L(임플란트 등 의료용 기기 등급) 배관은 외부 공기와의 접촉 없이 용천수를 펌프장으로 보내고, 이는 3.3km 떨어진 백산수 공장으로 이어진다.
펌프장은 내두천 앞에 있다. 펌프장에서는 주황색 고무볼을 물줄기에 흘려보내 배관 내부를 세척한다. 화학약품 없이, 오직 물의 힘으로 이뤄지는 비살균 정화 방식으로 아시아에서는 유일한 배관 세정 시스템이다.

◇ 자동화된 공장, 스마트 팩토리
내두천에서 10여 분을 달려 도착한 백산수 공장은 약 30만㎡ 부지에 연면적 8만2000㎡, 연간 생산량 100만 톤에 달하는 초대형 시설을 자랑한다. 독일 펜테어·크로네스, 캐나다 허스키 등 세계적 설비 기업들의 기술이 집약돼 있다. 농심이 2600억원을 투입해 구축한 이곳은 무인 자동화 스마트 팩토리다. 5개 라인이 풀가동되면서 연간 200만톤 생수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공장 내에는 최소 인력만 투입되며, 페트병부터 뚜껑까지 자체 일괄 생산한다. 연구원들이 백산수의 품질을 검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날 만난 안명식 연변농심 대표는 "첨단 분석 장비를 통해 100여 가지 항목 품질검사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농심 백산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물맛 전문기관 'ITQI'와 '몽드셀렉션'으로부터 지난 3년 연속 최고등급을 수상했다.
농심은 공장에서 대련항까지 연결된 철도를 단독으로 확보해 백산수를 중국 전역과 한국, 해외 시장으로 공급하고 있다. 판로 확대를 위해 전 세계 88개국에 수출 중인 신라면의 유통망을 활용하는 등 공격적인 공급 전략을 펼칠 방침이다. 수원지부터 생산, 운반까지 전 과정을 농심이 독자적으로 관리한다.

◇ '자연정수기간 40년, 좋은 물은 오래 걸린다'
윤윤열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하수환경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2023년부터 지금까지 내두천 용천수 연대측정을 연구 중이다. 지난해 4월까지 이뤄진 용천수의 함양고도와 함양연대 측정 결과, 백산수의 나이는 평균 40.8살로 추정된다. 백두산에 내린 비와 눈이 현무암층을 지나 40여 년 동안 천천히 흘러 내두천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좋은 물은 오래 걸린다"는 농심의 말은 과학적 근거를 가진 문장이라는 설명이다.
공장 견학을 마친 뒤, 전시관 한켠에 걸린 고(故) 신춘호 농심 창업주의 철학이 눈에 들어왔다. "물로 무병장수를 염원한다." 이 한 문장에 농심의 물에 대한 집념이 담겨 있었다. 처음 내두천 앞에 섰을 때 떠올랐던 '어떻게 이곳을 찾아냈을까'라는 물음에, 기자는 이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