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구리 공급 과잉에 서방 공급망 확보 비상

中 공장 증설에 글로벌 생산업체 '흔들'
중국발 구리 독점 우려…규제·감산 필요성 대두

 

[더구루=진유진 기자] 중국의 구리 생산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전 세계 구리 공급망이 압박을 받고 있다. 중국이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구리 확보를 위해 제련소 건설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가운데 올해 전 세계 정제 구리 절반가량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중국 제련소 증설로 인해 글로벌 구리 산업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그랜트 스포레(Grant Sporre)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금속·광업 연구 책임자는 "중국발 과잉 생산이 국경을 넘어 전 세계 구리 정제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칠레와 유럽, 인도에 있는 구리 사업장들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생존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에서도 생산을 억제하고 신규 제련소 설립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변화는 없는 상태다. 만약 다른 국가에서 감산이 이루어지면 중국 구리 생산량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서방 국가들이 구리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주 상하이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규모 구리 업계 회의에서 생산업체들은 수익을 결정하는 광석 공급 계약을 두고 치열한 협상을 벌일 전망이다. 중국 생산업체들은 전 세계 광산 생산을 훨씬 웃도는 생산 능력 덕분에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생산업체에 내는 구리 처리·정제 수수료가 올해 톤(t)당 80달러에서 내년엔 40달러 이하로 급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광범위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으며, 지난 2004년 최저치인 t당 43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구리 수요는 향후 수십 년간 재생 에너지와 전기차, 그리드 인프라 확대에 따라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제련소는 신규 광산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건설할 수 있어 공급 압박이 커지고 있다. 수입 의존도를 낮추려는 인도와 현재 아시아 전역 제련소에 공급되는 광석 수출을 중단할 계획인 인도네시아의 신규 제련소 건설도 광석 부족 현상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에 대한 규제 강화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구리 처리 수수료가 올해 초 마이너스로 급락했으나, 중국 내 생산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올해 현재까지 중국 정제 구리 생산량은 5% 이상 늘었으며, 중국 주요 금속 협회는 무분별한 확장을 막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구리 순수입국으로 철강·알루미늄과 달리 구리를 수출하지는 않지만, 생산 확대가 계속될 경우 상황은 변할 수 있다. 최근 중국 주요 제련소의 최고 경영진과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생산 감축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 생산업체들이 다른 나라보다 비용 우위에 있어 상황을 잘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몇 년간 대형 민간 제련소가 밀려나고 중국 국영 기업이 업계를 지배하면서 재정 압박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오 용청(Zhao Yongcheng)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 분석가는 "누구도 먼저 감산을 시작하려 하지 않는다"며 "광석 부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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