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LG전자가 '포스트 차이나' 인도에서 에어컨 시장 선두 자리를 일본 에어컨 공조업체 다이킨(Daikin)에 빼앗겼다. 상업용 시장을 장악했던 다이킨이 가정용 수요까지 넘보며 LG전자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30일 닛케이아시안리뷰 등 외신에 따르면 다이킨은 최근 인도 가정용 에어컨 시장에서 선두에 올랐다. 상업용을 비롯한 전체 시장에서 1위로 구체적인 점유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이킨은 2010년 인도 라자스탄주에 공장을 가동하며 본격적으로 현지에 진출했다. 4500만 달러(약 520억원)를 투자해 연간 시스템에어컨 2만대, 칠러 1800대 등을 제조했다. 7년 후 제2공장 세우고 투자 행보를 강화해왔다.
다이킨은 세계 상업용 시장에서 40%를 기록하며 앞서 나가지만 유독 인도 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인도 실내용 에어컨 시장(시장조사기관 GfK 집계)을 보면 지난해 4~12월 7.4% 점유율로 5위에 그친다.
다이킨이 인도에서 반전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모듈화와 현지화, 경쟁사 제품에 대한 철저한 분석에 있다고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전했다.
다이킨은 전 세계 생산라인을 표준화했다. 새 공장을 구축할 때 생산라인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할 필요가 없어 준공 기간이 줄어들고 궁극적으로 생산 비용을 절감한다. 설비 모듈 수를 조절해 생산량을 줄어기나 늘려 계절별로 상이한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다.
모듈화 전략은 다이킨의 인버터 에어컨이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인버터 에어컨 출시 당시 기존 제품보다 최대 30% 이상 비쌌으나 표준화된 설계를 도입한 후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며 "인버터가 탑재되지 않은 제품과 비슷한 가격대까지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현지화 또한 다이킨의 경쟁력으로 분석된다. 다이킨은 인도에 에어컨 연구·개발 센터를 두고 제품을 개발 중이다. 에어컨 성능과 소음, 내구성 등을 종합적으로 실험하며 현지인의 니즈를 분석한다.
경쟁사 제품과 철저한 비교·분석을 통해 성능 강화에도 힘쓴다. 다이킨은 인도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았던 LG전자 에어컨의 장·단점을 분석해왔다. LG전자 에어컨의 열교환기가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해 내구성이 떨어지는 약점을 찾아내고 이를 수정하는 방향으로 성능을 강화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인도 시장을 다이킨에 내주면서 LG전자의 현지 진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인도는 경제 성장과 중산층 확대로 에어컨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대표적인 신흥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영국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에 따르면 인도 에어컨 시장은 2020년까지 6~7%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