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윤진웅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러시아에서 판매한 차량에 대한 강제 리콜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러시아 연방기술표준청이 미국 대규모 리콜 사태를 이유로 전체 점검 지시를 내려서다. 일각에서는 현대차 현지 공장 매각을 염두에 둔 정치적인 계산이 작용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기술표준청(Rosstandart)은 최근 현대차·기아에 현지 판매 차량 일부에 대한 리콜 검토를 지시했다. 미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리콜 사태를 이유로 들어 기술 규정 요구 사항 준수 여부를 파악하도록 한 것.
앞서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엔진 부품 화재 위험으로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을 시작했다. 단일 브랜드 기준 현대차는 약 160만대, 기아는 170만대 리콜에 들어갔다. 양사는 잠김방지브레이크시스템 및 전자제어유압장치 부품 교체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러시아 연방기술표준청 지시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문제 발생 가능성이 있는 차량에 대한 점검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기로 했다. 점검 과정에서 위험이 확인될 경우 차량을 즉각 리콜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정부가 연방기술표준청을 통해 현대차·기아를 압박하고 나섰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 매각 방식을 놓고 현대차와 신경전을 벌이는 현지 인수 기업에 힘을 보태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바이백 옵션 기간을 현지 기업에 유리하게 적용하게 하려는 심산이라는 것.
바이백은 매각 후 되살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러시아는 2년 조건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현대차는 최소 5년 이상을 요구하고 있어 양측은 이를 놓고 최종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 2023년 9월 26일 참고 현대차, 러시아공장 ‘AGR’에 매각 유력…'바이백 옵션' 놓고 신경전>
현재 현대차 러시아 공장 인수 기업은 현지 대규모 딜러 네트워크 보유사 아빌론 홀딩(Avilon Holding) 산하 AGR(AGR Automotive Group)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는 이르면 이달 중 HMMR 매각 관련 공식 입장을 내놓을 전망이다.
한편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연산 23만대 규모로 투싼과 펠리세이드 등을 생산해 러시아에 공급하는 현대차의 핵심 해외 생산 거점 중 하나다. 지난해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가동이 중단됐다. 아빌론뿐 아니라 현지 자동차 위탁 생산업체 아브토토르(Avtotor)와 중국 체리차도 인수 의사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