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생태계=미래 일자리] ① 美 IRA가 바꾼 배터리 지형도

IRA 통과로 북미 배터리 투자 집중
유럽도 자체 IRA 준비…한국은 미적지근

전기차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생태계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곳보다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는 곳은 북미 지역입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보조금을 앞세워 자국 내 생태계를 구축하는 한편 다양한 혜택을 내세워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을 품 안으로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더구루는 미국과 캐나다 정부 고위 관계자와 전기차 산업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 고등 교육기관 등을 접촉해 △정부 정책 △현지 파트너사 간 이해관계 △배터리 등 공급망 주도권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 기여도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한국 산업계가 나아갈 길에 대해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더구루=오소영·정예린 기자] "운송 부문의 전동화는 부인할 수 없는 추세다. 수년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피에르 피츠기본(Pierre Fitzgibbon) 캐나다 퀘벡주 경제혁신에너지부 장관은 이렇게 단언했다. 본지와 만난 북미의 정부·업계관계자들은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높은 성장잠재력에 입을 모았다. 전기차 시장을 잡고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북미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해 막대한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이에 질세라 캐나다도 IRA 수준의 세액 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공급망·인프라·보조금' 3박자 고루 갖춘 북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1년 12월 2035년까지 미국 연방정부의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바꾸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이를 떠받치는 정책이 작년 9월 발효된 4300억 달러(약 560조원) 규모의 IRA다.  

 

IRA의 골자는 크게 두 가지다. 미국 내 배터리 가치사슬 구축과 중국 배제다. 이를 위해 광물과 부품 공급에 제한을 걸었다. 완성차 업체가 7500달러 상당(약 980만원)의 세액 공제를 받으려면 배터리 광물을 40% 이상 미국 또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부품의 50% 이상을 북미에서 조달해야 한다. 배터리 생산 인센티브도 세부 규정에 담았다. 배터리 셀은  kWh당 35달러, 모듈은 kWh당 45달러의 보조금이 제공된다.

 

미국이 대규모 보조금을 앞세우자 '이웃 국가' 캐나다도 움직였다. 온타리오주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폭스바겐, LG에너지솔루션·스텔란티스의 합작사 '넥스트스타'에 IRA와 유사한 규모의 세액 공제 혜택을 약속했다. 

 

북미가 내세우는 건 보조금만이 아니다. 미국은 우수한 대학과 고등교육 인프라를 통한 고급 인력 확보 편의성, 완성된 산업 서플라이 체인 구축 등을 강조하고 있다. 크리스티 브리그먼(Kristi Brigman) 미국 조지아주 경제개발국 글로벌 커머스 부문 부국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SK온은 조지아 공과대학 시스템 등 현지 파트너십을 통해 채용 목표를 2년 앞서 달성했다"고 전했다. 캐나다는 리튬과 니켈, 코발트, 희토류 등 풍부한 배터리 광물과 산학 협력을 통한 인재 양성 지원, 저렴한 전기료로 승부수를 보고 있다.

 

 

◇앞서가는 북미·쫓아가는 유럽…한국 대응은?

 

북미가 작정한 성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2025년까지 북미에서 100만 대 생산능력 확보를 선언했다. 포드는 2026년 말까지 연간 200만 대 양산이라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도 움직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북미 생산능력이 239GWh에 달할 전망이다. 삼성SDI는 미국에만 90억 달러(약 12조원) 이상 투자해 생산 거점 세 곳을 확보했고, SK온은 2025년까지 180GWh의 생산능력을 갖춘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지역별 배터리 생산능력 비중이 북미의 경우 2022년 6%에서 2035년 31%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북미의 투자는 전기차·배터리에 한정되지 않는다. 폐배터리 재활용과 충전 분야의 투자로도 이어지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조지아와 인디애나주에 재활용 연간 최대 2만t 규모 재활용 시설을 짓는다. SK시그넷은 텍사스주에 첫 해외 공장을 설립하고 연 1만 개 전기차 충전기를 생산한다. 그야말로 전기차 생태계가 북미에 모아지고 있다.

 

유럽은 북미를 따라가기 바쁘다. 유럽은 지난 4월 유럽판 IRA인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을 공개했다. 2030년까지 제3국의 전략적 원자재 의존도를 역내 전체 소비량의 65% 미만으로 낮추는 안이 핵심 내용이다. 배터리도 여기에 포함된다.

 

IRA 통과로 한국 배터리 업계는 중국산 배터리 광물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칠레 SQM으로부터 리튬을 추가 확보하고, 삼성SDI가 지난해 중국 간펑리튬의 주식을 절반 이상 매각한 것도 IRA에 대비하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한국의 대응에도 이목이 쏠린다. 주요국이 투자 유치에 전력투구하는 동안 한국의 대응은 소극적이었다. 배터리는 연구‧개발(R&D) 최대 50%, 시설투자는 기업 규모별로 15~25% 세액 공제 등의 혜택을 받는 게 전부다. 전기차의 경우 전기차 공장에 투자하면 최대 25%의 세액공제를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5월에야 입법 예고됐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최근 산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정부의 정책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는 연구개발 투자 세액 공제와 더불어 시설 투자·생산에 대해서도 경쟁국과 최소한 동일한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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