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중국 반도체 A주 상장 기업 39개 중 30개가 올해 상반기 흑자를 낼 전망이다. 미국 수출 통제의 반사이익을 얻은 중국 반도체 장비 회사들은 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반면 집적회로(IC) 설계·패키징 기업들은 울상이다. 가전·모바일 수요 침체로 부진한 성적표를 거뒀다.
6일 증권일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 A주 상장 반도체 기업 39개 중 30개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8개 기업은 실적 전망치가 상향됐다.
호실적을 내는 기업은 대부분 반도체 장비 회사다. AMEC은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09.5%~120.2% 급증한 9억8000만 위안(약 1700억원)~10억3000만 위안(약 1860억원)으로 추정된다. 식각(에칭) 장비 주문이 늘었다. 완예기업(万业企业)도 상반기 순이익이 316% 뛰어 약 1억1800만 위안(약 210억원)에 달한다고 예측했다.
장비 업체들이 좋은 성적표를 낸 배경은 미국의 수출 규제에 있다. 미국은 작년 10월 △1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나노 이하 로직 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사실상 금지했다. 이로 인해 자국 기업들은 중국산 장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 내 장비 기업들의 기술력 격차가 큰 만큼 향후에도 이미 우위를 점한 상장사에 주문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적자가 예상되는 9개 기업은 시스템온칩(SoC) 연구·개발, 집적회로(IC) 설계, 패키징 분야에 속했다. 초기 기술 개발과 투자 단계에 머물러 아직 수익을 내지 못했다. 가전과 휴대폰 수요 둔화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2위 패키징 기업인 화톈테크놀로지(Huatian Technology)는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6.38%~90.27%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지 IC 회사 상하이 벨링과 팹리스 업체 기가디바이스도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50%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당분간 반도체 업황의 침체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지 유명 엔젤 투자자 궈타오(郭涛)는 "단말기 시장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며 "반도체 산업의 전환점은 내년까지 지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송지아(宋嘉) 중국 기계공업경제관리연구원(MIEM) 산하 산업화·산업화융합을 위한 협력혁신센터(两化融合协同创新研究中心) 소장도 "소비자 가전 시장이 나아져야 한다"며 "반도체 회사의 실적 압박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