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3분기 연속 적자를 본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3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수요를 잡아 수익 개선에 나선다. 낸드플래시는 추가 감산을 단행한다.
SK하이닉스는 26일 2분기 매출 7조3059억원, 영업손실 2조882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기순손실은 2조987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3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다만 영업손실은 전분기 대비 약 15% 감소해 메모리 시장이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적자 규모의 축소에는 HBM3와 DDR5 등 프리미엄 제품이 크게 기여했다. SK하이닉스는 "챗GPT를 중심으로 한 생성형 AI 시장이 확대되면서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했다"며 "이에 따라 HBM3와 DDR5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향상한 고성능 메모리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4세대 HBM인 'HBM3'를 개발했다. SK하이닉스는 "HBM을 비롯한 그래픽 D램의 매출액 비중이 작년 4분기 두 자릿수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 2분기에는 20%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5세대 제품인 HBM3E, 2026년 6세대 제품인 HBM4를 양산할 예정이다. 시장 수요에 맞춰 제품 개발을 선도하고 HBM 시장의 우위를 굳건히 한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은) 2년 간격으로 제품 수명 주기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2026년경 HBM4로 넘어갈 것으로 보이며 SK하이닉스는 거기에 맞춰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타임 투 마켓(Time-to-Market) 관점, 제품 완성도, 양산 품질 등을 종합해 SK하이닉스가 가장 앞서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DDR5 시장에서도 자신감을 표했다. SK하이닉스는 "1a(14나노급) DDR5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16Gb와 24Gb, 128GB 이상 고용량 모듈 제품 인증이 완료됐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HBM과 DDR5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가 실적 개선을 이끌 전망이다.
반면 낸드 업황은 어둡다. AI향 서버 수요 증가의 영향이 제한적이고 재고 수준은 D램보다 높다. SK하이닉스는 5~10% 추가 감산을 결정했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는 세계 2위 낸드 업체인 일본 키옥시아와 4위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합병 논의도 언급됐다. SK하이닉스는 "아직 구체적 조건 등이 확인된 바는 없다"며 "두 회사 합병이 키옥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