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더 하락할 경우 관련 기업들이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감산 등 주요 칩 메이커들 간 업황 반등을 위한 공조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메모리 보릿고개’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9일 대만 파이슨에 따르면 푸아케인승(潘健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일(현지시간) 열린 올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낸드플래시 추가 가격 인하는 더이상 실행 가능하지 않다"며 "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공급업체가 파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낸드 제조사들이 가격을 안정화하거나 인상하기 위해 생산량을 추가로 줄일 가능성도 높다"며 "최근 마이크론의 가격 인하 중단 결정은 공급업체 간 시장 안정을 위한 공동 노력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푸아 CEO의 발언은 현재 낸드 가격이 최저점을 찍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가격이 더 떨어지게 되면 기업이 떠안아야할 손해 규모가 불어나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구체적으로 영향을 받는 기업이 낸드 생산업체인지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공급업체인지 등 자세한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거래되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원가에 가까운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4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19.9% 떨어진 1.45달러였다. 낸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고정거래가격도 전월 보다 2.9% 하락한 3.82달러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키옥시아, 마이크론, 웨스턴 디지털 등 글로벌 '톱5' 기업들도 낸드 가격 하락에 따른 업황 부진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수요가 줄어 재고가 쌓이면서 손해를 감수하고 인하된 가격에 판매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의 영업손실은 100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낸드 제조사들은 공급량을 조정하며 시장 회복에 힘을 모으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D램과 낸드 시세보다 가격을 낮춰달라는 요청은 앞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본보 2023년 4월 28일 참고 마이크론, 5월부터 가격 인하 중단…메모리 반등하나>
푸아 CEO는 올해 말을 반등 시점으로 보고 있다. 그는 "낸드 시장은 2분기도 손실이 계속되겠지만 이는 단기적인 도전으로, 올해 말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파이슨은 계속해서 낸드 컨트롤러를 개발하고 새로운 기술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파이슨은 SSD에 탑재되는 낸드를 제어하는 컨트롤러 칩을 개발하는 회사다. 씨게이트나 PNY 등의 SSD에 파이슨이 개발한 컨트롤러 칩이 탑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