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프랑스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가 자국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기업도 사업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스텔란티스, 르노 등 프랑스 대표 자동차 제조사들은 반도체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여전히 공장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신차 배송지연이 길어지자 주문 취소가 잇따르는 등 자동차 산업 전반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 1월부터 4월까지 스텔란티스의 프랑스 공장 생산중단 누적 일수는 총 33일에 이른다. 르노는 반도체 부족으로 100% 전기차 모델인 메간을 생산하는 두에 공장 가동을 지난달 말 이틀간 중단했다. 작년 한 해 스텔란티스 산하 푸조와 르노의 승용차 판매 수는 각각 전년 대비 14.1%, 12.1% 감소했다.
프랑스 정부는 주요 산업인 자동차 분야가 무너질 위기에 놓이자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작년 7월 전자부품 산업의 공급망 재편을 위해 2030년까지 160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명 '전자부품 2030(Electronique 2030)' 투자 플랜이다. 오는 2027년까지 프랑스의 전자부품 생산능력을 9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전자, 통신 생산시설 건설과 연구개발(R&D)을 지원한다.
유럽연합(EU)도 반도체법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반도체 관련 연구 및 혁신분야 프로그램에 총 430억 유로를 쏟는다. 반도체 기술 개발부터 대규모 생산에 이르기까지 반도체와 관련된 밸류체인 전반을 복합적으로 육성해 공급망 안전성을 보장한다. 오는 2030년까지 유럽의 반도체 생산력을 전 세계의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정부가 보조금 보따리를 풀자 글로벌 기업들도 화답하고 있다. 인텔은 독일 마그데부르그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프랑스 파리 사클레이 과학 클러스터 내 유럽연구개발센터를 차세대 반도체를 위한 미래 개발·제조 생태계 본부로 구축한다. 글로벌파운드리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프랑스 그르노블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짓는다. 울프스피드는 프랑스와 독일 국경 인접 지역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설립한다.
전문가들은 국내 반도체 생산설비 업체 등 생태계 내 관련 기업들이 신공장 건설에 따른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기업들과 다양한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곽미성 코트라 파리무역관은 "유럽 내 생산설비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진출 기회요인도 커질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프랑스 정부가 해외 우수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만들면서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우리 기업들은 현지 기업과의 협력 등의 방법을 통해 진출 가능성을 모색할 시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