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형수 기자] "물류 사업을 좀 더 섹시하게 만들겠다."
한진家 3세 조현민(미국명 조 에밀리 리)사장의 취임 일성이다. '기업이미지 쇄신'과 '미래 먹거리'라는 과제를 안고 오너 경영에 나섰다. 12일 취임 1년을 맞는 조 사장의 성적표는 합격점을 받았다. 경영 전면에 나서며 꺼내든 로지엔터테인먼트(물류+문화) 경영 전략이 단박에 성과로 이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진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8419억원, 영업이익 1149억원을 올리며 실적을 갈아치웠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5%, 15.6% 증가했다. 2021년 매출은 2조5033억원을, 영업이익은 1058억원을 기록했다.
한진은 지난해부터 게임, 메타버스, 웹툰, 단편영화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콘텐츠를 선보이면 딱딱히만 물류업의 판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너 일가라는 점에서 조 사장은 안정보다는 변화를 꾀하며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등 새로운 시도도 서슴치 않았다. 섹시하지 않았던 물류를 섹시하게 만들겠다던 그의 공격적인 콘텐츠 전략이다.
지난 1년의 대표적인 경영 전략은 '로지테인먼트'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로지테인먼트는 물류(logistics)와 문화(entertainment)를 합친 단어로 물류에 문화·오락적 요소를 결합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물류에 대한 인식을 바꿔 고객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모바일게임 '물류왕 아일랜드'를 출시했고, 이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한진 로지버스 아일랜드’를 구축하기도 했다.
공격적 투자에도 팔을 걷었다. 한진이 목표로 세운 2025년 매출 4조5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 달성도 매우 도전적이다.
조 사장은 2025년까지 총 1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풀필먼트 및 인프라(8000억원), 글로벌네트워크(1500억원), 플랫폼과 IT 및 자동화(1500억원)에 투자해 ‘아시아 대표 스마트 솔루션 물류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시장 일각에선 조 사장이 본격 책임경영을 나설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조 사장은 미등기 임원이다. 지난해 취임 당시 노삼석, 류경표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노 사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한진은 통상적으로 3월 말 주주총회를 연다. 다만 그의 이사회 합류가 ‘아직 이르다’는 시선도 있다. 조 사장 역시 지난해 6월 이사회 합류에 대해 조심스런 태도를 보인 바 있다.
한진 관계자는 "로지엔터테인먼트 전략 실행이 기업 이미지 개선, 고객과의 소통 강화 등의 성과로 이어지며 영업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 "아시아 대표 물류 기업 비전 실현을 위한 전략도 실행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