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진웅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2년 연속 미국 자동차 시장 '톱5'에 이름을 올린다. 반도체 칩 부족 등으로 발생한 공급 차질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를 이겨내고 고무적인 성과를 달성할 것이라는 평가다.
2일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콕스오토모티브'(Cox Automotive)가 발표한 '2022년 미국 신차 판매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총 147만875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1.2% 감소한 수치다. 다만 현지 시장 점유율은 10.6%로 전년(10.0%) 대비 0.6% 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경쟁사인 일본 완성차 브랜드 혼다를 제치고 2년 연속 현지 판매 5위에 이름을 올린다. 혼다는 같은 기간 전년 대비 33% 하락한 97만7636대를 판매할 것으로 전망됐다. 점유율은 전년(9.7%) 대비 2.7%포인트 낮은 7.1%에 그친다.
1위는 GM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GM 판매 전망치는 225만3641대이며, 점유율은 16.3%(전년 14.6%)에 달한다. 이어 토요타와 포드가 '톱3'에 이름을 올렸다. 토요타는 212만2665대를 전망됐으며, 점유율 15.3%(전년 15.5%) 보다 0.2% 포인트 하락했다. 포드는 183만7603대(13.3%)로 전망됐다.
특히 4위를 기록한 스텔란티스(154만2301대)와의 현대차·기아 판매 격차는 7만1426대 수준까지 좁혔다. 2021년만 해도 현대차·기아와 스텔란티스의 판매 격차는 무려 27만여대에 달했다.
지난 2020년부터 이어진 반도체 부족 등으로 공급과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위기 대처 능력이 이번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다른 유럽·미국 완성차 브랜드 보다 신속하게 차량용 반도체를 확보하며 시장 수요 회복에 적극 대응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8월 시행된 IRA를 극복하기 위한 현지 공략법 또한 주효했다는 평가다. SUV를 선호하는 미국 시장을 겨냥해 싼타페와 투싼 등 SUV 라인업을 확장, 현지 SUV 판매 '톱5'에 오르는 등 전기차 판매 감소세에 따른 판매량 축소를 완화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 진출 36년 만에 누적 판매 1500만대(제네시스 브랜드 제외)를 달성하는 등 대대적인 성과를 달성했다"며 "고급 모델인 제네시스를 앞세워 브랜드력을 높이고, 전기차 시장에 적극 뛰어들어 친환경차 이미지도 강화하는 등 양을 넘어 질적 도약에 나서고 있는 만큼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현지 전기차 공장이 완공되는 2025년 현대차·기아가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월 미국 조지아주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을 했다. 이어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21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19조4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모델을 늘려 미국 시장의 11%, 전 세계의 7%를 차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현대차·제네시스·기아의 전기차 차종을 31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