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불황에도 여전한 삼성 자신감…"감산·투자 축소 없다"

경쟁사와 180도 다른 전략…미래 준비에 '방점'
탄탄한 원가경쟁력이 밑바탕…내년 하반기 회복 기대
파운드리 사업 최대 실적…삼성 新 효자 거듭나나

[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불황으로 인한 실적 부진에도 흔들림없는 투자 확대 기조를 이어간다. 업·다운 사이클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사업 운영, 기술 개발 등에서 삼성만의 페이스를 유지,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자 자신감이 반영된 행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27일 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인위적인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케펙스(설비 투자)와 관련해서도 업황과 연계해 유연하게 집행하겠다는 기조는 동일하지만, 지속 가능한 이익 기반을 만들고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해 적정 수준의 인프라 투자는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장은 "거시경제 이슈와 함께 고객사들이 예상 대비 재고조정을 크게 하고 있어 수요 약세를 보이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내년 데이터센터 증설이 확대되고 신규 CPU를 위한 DDR5 등의 채용도 늘 것으로 보이며, D램을 중심으로 내년 하반기 시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요 회복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설비 투자와 관련해선 "올해나 내년 케펙스 투자한 것이 바로 다음 해 빗그로스로 직결되지 않기 때문에 미래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금 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또 이미 클린룸 확보 등을 위한 인프라 투자가 예정돼 있어 설비 투자 조정을 위해 전체 케펙스 변동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결정이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경쟁사들과 180도 다른 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행사에서도 인위적 감산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국내외 반도체 기업은 급격한 시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 축소, 첨단 공정 전환 지연 등을 해결책으로 내놨다. SK하이닉스는 전날 실적발표에서 현 상황이 "고통스럽다"고 표현하며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 대비 50% 이상 감축하고,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량 조절, 장비 재배치 등을 실시해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경쟁사들과 달리 삼성전자는 반도체 산업 성장성에 베팅했다. 당장 수익성은 떨어지겠지만 미래 준비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우수한 원가 경쟁력 등 삼성전자가 가진 기본적인 사업 경쟁력이 이같은 전략을 펼칠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한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원가 구조 모두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가격 탄력성을 활용해 수요를 선제적을 창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낸드는 D램과 달리 시황 회복 가능성이 낮게 전망되고 있지만 스토리지, 솔루션 고용량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강하게 이어지고 있어 다양한 응용처에서 고용량 시장히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D램도 DDR5 등 신제품 시장이 더욱 커지면서 제품믹스가 중요해져 고용량, 고부가가지 제품 중심으로 믹스해서 차질없이 고객 요구사항에 대응하고 수익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또 다른 한 축인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는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속적인 첨단 공정 수율 개선과 성숙 공정의 매출 기여 확대에 힘입어 올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오는 4분기와 내년에도 선단 공정 비중 확대, 견조한 수요 등으로 역대 실적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특히 4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두자릿수 이상 성장이 기대된다.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2023년 상반기까지 수요 불확실성이 있겠지만 하반기엔 적체된 재고 소진, HPC(고성능 컴퓨팅), 오토모티브 등 응용처를 중심으로 수요 회복이 전망된다"며 "삼성전자는 선단 공정 램프업을 신속하게 실시하고 고객사의 멀티 벤더 전략을 적극 활용하는 등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성숙 공정에서도 밸류에디드 공정을 개발해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지속적인 성장 미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매출 76조7800억원, 영업이익 10조85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7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1.39% 감소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대외 시장 환경이 악화된 탓이다. 특히 호실적을 견인한 효자 사업이었던 메모리 반도체가 고객사 재고 조정, 가격 폭락 등으로 무너진 영향이 컸다. 다만 그간 고전을 면치 못했던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사업이 플래그십 제품과 중소형 패널 위주로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하며 일부 선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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