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진웅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지난달 미국 전기차(EV) 시장에서 로컬 브랜드인 포드에 뒤처져 3위로 밀려났다. 내년 북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적용으로 포드 등 로컬 브랜드와 격차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미국 EV 시장에서 총 4078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3.9% 성장한 수치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가 각각 1516대, 1840대를 기록한 데 이어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브랜드 첫 전용 전기차 GV60이 지난 5월 판매 개시 이후 월간 최다 판매량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달 16일 이전 계약분에 대한 판매가 이뤄진 것으로 IRA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세액공제 혜택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판매 호조세를 나타냈다. 미국은 IRA에 따라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한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하기로 했으나 법 발효 이전 계약분에 대해선 기존과 동일하게 보조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IRA 적용 전부터 현대차·기아는 로컬 브랜드에 추월 당하는 등 주춤하는 양상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포드에 밀려 월간 판매 순위 3위에 그쳤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상반기 테슬라에 이어 현지 EV 시장 2위를 차지했었다.
포드는 지난달 5897대에 달하는 전기차를 판매, 현대차·기아를 1819대 격차로 따돌리고 2위 자리를 꿰찼다. 특히 포드의 성장세는 307.1%로 현대차·기아(103.9%)과 비교할 때 3배에 달한다.
지난 4월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한 브랜드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이 실적을 이끌었다. 지난달 총 2373대를 판매,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하며 베스트셀링 전기트럭에 꼽혔다.
F-150 라이트닝은 픽업트럭 F-150을 기반으로 만든 전기 픽업트럭이다. 지난해말 예약 주문을 시작하자마자 20만대를 꽉 채웠다.
포드는 F-150 라이트닝 외 ‘머스탱 마하-E’, 상용차 E-트랜짓 등 전기차 모델 3개을 필두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포드는 내년 말까지 F-150라이트닝과 머스탱 마하-E를 각각 연 27만대와 15만대, E-트랜짓은 15만대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6년까지 연간 200만대 전기차 생산을 목표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백오더'(대기 물량)가 모두 소진되는 내년부터 현대차·기아의 EV 판매량이 급감, IRA를 등에 업은 포드를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 등 로컬 브랜드와 비교해 판매량이 크게 뒤처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RA 시행과 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의 미국 내 생산을 재차 강조하고 나선 가운데 브랜드 핵심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5와 EV6의 세액공제 혜택이 종료된다는 점에서 판매량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아이오닉5의 경우 포드 머스탱 마하-E보다 약 500만원 더 비싸지는 만큼 가격 경쟁력이 사라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