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독일 현지 생산기지 설립 계획을 공식화했다. 현지화를 통해 독일 최대 방산업체 '라인메탈(Rheinmetall)'을 추격하는 동시에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2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처음으로 '한화 인더스트리 데이(Hanwha Industry Day)'를 개최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독일 연방·주 정부와 방산 기업, 주독 한국대사관,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기술품질원(DTaQ) 관계자 등 100여 명 이상이 참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독일 동부 지역을 생산시설 후보지로 지목하고, 현지화를 통해 고급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 독일 방위산업 역량 강화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초기에는 정밀유도무기와 탄약 등 지상 무기 중심으로 진출하고, 이후 항공우주 기술, ISR(정보감시정찰) 시스템, 해양 방산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동부 지역은 행정구역상 브란덴부르크, 작센, 작센안할트, 튀링겐,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베를린 등 6개 주로 구성된다. 이 지역은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고 인건비·부동산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아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 거점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유럽연합(EU)과 독일 정부의 투자 유치 인센티브도 활발하다.
독일 진출은 단순한 생산기지 확보를 넘어, 동유럽 중심의 사업을 서유럽으로 확장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라인메탈 추격’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라인메탈은 유럽, 북미, 호주 등 14개국에 생산기지를 둔 글로벌 방산 강자다. 시가총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배에 육박하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기준 라인메탈이 약 2조3000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약 2조원 수준으로 격차가 크지 않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3월 약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글로벌 생산거점 확보를 위한 실탄도 마련했다. 이 중 약 1조6000억원을 유럽·중동 등 해외 방산 투자에 투입할 예정이다. 회사는 향후 3~4년간 집중 투자를 통해 생산기지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과 호주에 자체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폴란드·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수출 기반의 현지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에는 루마니아에 K9 자주포·장갑차 생산 부지를 확정했고, 폴란드 방산업체 WB그룹과 합작법인(JV)도 설립했다.
강경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PGM사업부 PGM사업1팀장은 "이번 행사는 지속 가능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산업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며 "현지화와 기술 협력, 안정적인 공급망을 통해 독일의 방산 주권 역량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