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겨냥한 日 규제, 해 넘기나?

-실리콘웨이퍼·EUV용 블랭크마스크 등 공급 차질 우려… 반도체 장비 日 비중 33%
-아베 총리 "국익 지킬 것" 규제 장기화 시사

 

[더구루=오소영 기자]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저격하고 있다.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와 소재 등이 통제 대상 품목에 올라서다. 비용과 시간 문제로 대체재 개발이 쉽지 않은 가운데 일각에선 내년까지 규제가 장기화 될 수 있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장비 대거 포함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이달 28일부터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 화이트리스트는 무기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전략물자를 수출할 시 심사 우대를 받는 국가 명단이다. 한국은 2004년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포함됐다. 그동안 한국은 전략물자 1120개 품목에 대해 3년 단위로 포괄 심사를 받는 혜택을 누렸지만 이번 배제로 향후 수출 건별로 허가를 받게 됐다.

 

해당 품목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재료, 장비가 포함돼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피해 우려가 큰 품목은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 웨이퍼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일본산 실리콘웨이퍼 수입 비중은 약 40%에 이른다.

 

일본 호야가 독점 생산하는 극자외선용(EUV) 블랭크마스크, 일본 다이니폰프린팅과 토판프린팅이 시장 100%를 점유하는 섀도마스크도 마찬가지다.

 

블랭크마스크는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을 제조하는 포토마스크(웨이퍼에 빛으로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의 원재료)의 원재료다. 국내 에스앤에스텍이 블랭크마스크를 생산하나 EUV용은 호야가 독보적이다.

 

섀도마스크는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는 얇은 철판으로 유기물이 기판 위 특정 위치에 증착하도록 돕는다. 국내에서 웨이브일렉트로닉스와 APS홀딩스 등이 개발 중으로 양산 단계는 아니다.

 

반도체 장비 또한 일본 의존도가 높다. 한국무역협회 조사 결과 지난해 일본 수입 상위 10개 품목 중 1위는 반도체 장비였다.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은 52억4000만 달러(약 6조2000억원). 전체 수입액 중 일본 비중이 33.8%다.

 

포토레지스트의 부착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포토레지스트 베이커, 반도체용 퍼니스, 습식각기 등의 장비는 일본 의존도가 90% 이상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도 OLED 패턴 형성 장비와 건식 장비 등은 일본이 독점 공급하고 있다.

 

◇대화 피하는 일본… "규제 장기화 우려"

 

업계는 재고를 최대한 확보하며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제재에 오른 고순도 불화수소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5개월 수준의 재고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중국 등과 접촉하며 대체재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조사회사 피치 솔루션스의 앤드류 킷슨 애널리스트는 "한국 업체들이 일본 의존도를 줄이고자 공급 다각화에 노력할 전망이나 비용이 많이 들고 대체재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향후 10년 동안은 전통적인 공급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얼마나 지속되느냐다. 재고가 떨어진 후에도 대체재를 개발하지 못하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업계에선 규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마리 김(Marie Kim) 씨트그룹 애널리스트는 "양국이 합의를 이루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내년 1분기까지 부분적으로나마 합의점을 찾기를 기대해 본다"고 관측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우리 정부와 대화를 피하고 대결 구도를 취하고 있어 규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아베 신조 정부는 지난달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가 끝난 직후 "(국민이) 안정된 정치 기반 위에 국익을 지키는 외교를 추진해 가라는 뜻"이라며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고 밝혀 수출 규제 장기화를 암시했다. 지난 1일에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만났으나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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