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형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신동빈 롯데 회장을 특별 사면했다. 롯데는 국민적 감사 차원에서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2일 법무부는 윤 대통령이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통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집행유예 기간 중인 신 회장을 특별사면(형선고실효) 및 복권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친 가운데 국가 경제의 역동성과 활력이 떨어지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며 신동빈 회장 등 주요 경제인을 대상으로 특별사면을 실시한 배경을 설명했다.
◇신동빈 회장 신분 걸림돌 제거
신 회장은 취업제한 대상자가 아니었으나 집행유예 중으로 ‘범법자' 신분이었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됨에 따라 신 회장에게 붙어있던 ‘범법자’ 꼬리표가 사라진 셈이다.
롯데가 해외 M&A 등을 사업을 펼치는 데 있어 걸림돌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이유로 신동빈 일본롯데홀딩스 회장의 이사 해임을 거듭 요구했던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주장도 힘이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이 한국와 일본 롯데의 ‘원톱’으로서의 지위를 보다 공고히 하게 되는 것이다.
◇롯데 투자 정상화 '디딤돌'
롯데에서는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롯데의 글로벌 경영에 대한 제약이 사라지면서 롯데가 바이오, 수소 에너지, 전지소재 등 혁신 산업을 육성하는 등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 관계자는 "사면을 결정해 준 정부와 국민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신동빈 회장과 임직원들은 글로벌 복합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겠다"면서 "롯데는 국내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광복절 특사에 따른 국민적 보답 차원에서 대한민국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와 동시에 준법경영과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지난 5월 발표한 향후 5년간 37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 이행을 통해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도 힘쓴다는 방침이다. 롯데는 신성장 테마인 헬스 앤 웰니스(Health&Wellness), 모빌리티(Mobilit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부문 뿐만 아니라 화학·식품·인프라 등 핵심 산업군 투자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1조원 규모 국내 공장 부지 후보군을 검토하며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 본격 추진을 앞두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5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롯데몰 송도(가칭)' 경관 심의 서류를 접수하고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롯데몰 상암(가칭)'도 서울 서북 상권의 랜드마크 쇼핑몰을 목표로 설계작업이 한창이다.
해외 사업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리튬메탈 음극재 미국 스타트업 '소일렉트(SOELECT)'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롯데알미늄은 양극박 유럽 공장 투자로 생산 규모를 2배로 확대하는 등 미국, 유럽 등 배터리 소재 시장 진출도 강화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인도네시아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조성사업인 라인 프로젝트, 롯데건설의 베트남 호찌민 신도시 개발사업인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프로젝트 등 동남아 사업들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신 회장 부산엑스포 유치 역량 집중
롯데는 신 회장을 중심으로 한 2030부산세계박람회(이하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재계는 내다봤다. 롯데는 이미 송용덕·이동우 롯데지주 대표가 팀장을 맡는 전사 차원 조직 롯데그룹 유치 지원 TFT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TFT에서는 식품∙유통군이 국내 활동, 호텔∙화학군이 해외 활동을 중점적으로 담당한다.
신 회장은 지난 6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CGF(The Consumer Goods Forum) 글로벌 서밋(Global Summit)의 롯데 부스에서 글로벌 소비재 경영진을 비롯한 포럼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 활동을 펼쳤다. 펩시코, P&G 등 글로벌 그룹 최고 경영자들과 가진 비즈니스 미팅에서도 국제도시 부산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며 유치 지원에 힘을 보탰다.
롯데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향후 글로벌 행보 확대에 발맞춰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 활동에도 더욱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