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글로벌 화학 기업들이 열에 강한 배터리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배터리가 잇단 전기차 화재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안전성 확보가 관련 기업의 최대 과제로 떠오르면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독일 헨켈은 최근 '열폭주'를 지연시키는 내화성 배터리팩 플라스틱 소재와 보호 코팅 솔루션을 각각 선보였다. 열폭주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 주요 원인으로 리튬이온배터리셀에 스트레스가 가해지며 열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양사 신제품 모두 전기차 배터리에 의한 화재 발생 시 연소 시간을 지연해 화염 확산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운전자의 대피와 화재 진압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LG화학이 개발한 난연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는 내열성이 뛰어나 전기차 배터리팩 커버에 적용 시 일반 난연 플라스틱 대비 오랜시간 열을 차단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1000도에서 400초 이상 열폭주에 의한 화염 전파를 방지, 일반 난연 플라스틱 대비 45배 이상 성능이 뛰어나다는 게 LG화학의 설명이다.
LG화학은 올해 양산 체제 구축을 완료했다. 고객사 일정에 맞춰 내년부터 제품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를 비롯 미국, 유럽 등에 특허 출원 절차를 진행 중이며 추후 자동차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소재 적용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헨켈은 배터리팩 하우징용 코팅 제품 '록타이트 EA 9400'과 '록타이트 EPC 5060'을 출시했다. 배터리팩 하우징은 열 방출을 도와 배터리셀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부품이다.
록타이트 EA 9400은 에폭시 기반 난연성 방화 코팅제다. 전기차와 배터리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 얇은 층으로 설계됐으며 배터리팩 하우징 내·외부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열 보호는 물론 부식도 방지해준다.
록타이트 EPC 5060은 수성 무기 소재로 화염에 노출됐을 때 연기가 나지 않는다. 화학 물질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화재 시 승객들이 연기, 매연, 탄소 등에 노출될 위험을 줄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운반선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하는 등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효율적인 솔루션이 필요하다"며 "LG화학과 헨켈 등이 개발한 신소재는 전기차 배터리에 의한 화재 사고를 줄이기 위한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들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고 글로벌 E-모빌리티 산업을 가속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