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LG폰…26년 역사 뒤안길로

1995년 사업 진출…2000년대 피처폰 강자
스마트폰 시대 흐름 읽지 못한 것이 주요 패인
23분기 연속 적자…누적 적자액만 5조원
사업 종료 후에도 핵심 기술 연구개발은 지속

 

[더구루=정예린 기자]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 피처폰으로 영광을 누렸던 LG전자가 26년 만에 모바일 사업을 접는다. 디자인과 사용성에 강점을 보이며 혁신을 통해 스마트폰 부진을 털어내고자 했지만 끝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LG전자는 지난 5일 열린 이사회에서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오는 5월 말까지만 생산하고 7월 31일을 기점으로 생산 및 판매를 완전히 종료한다. 

 

LG전자는 1995년 MC사업본부의 전신인 LG정보통신으로 모바일 사업을 시작했다. 2000년 LG전자와 LG정보통신을 합병해 지금까지 사업을 이어왔다. 

 

첫 브랜드명은 '화통'이었다. 이후 프리웨이를 거쳐 '싸이언(CYON)'으로 정착했다. 싸이언은 삼성전자 '애니콜'과 함께 국내 피처폰 시장을 이끌었다. 특히 2006년 출시한 초콜릿폰을 시작으로 샤인폰, 프라다폰 등까지 줄줄이 '초대박'을 터뜨렸다. 모두 디자인에 강점을 가진 모델들이다.

 

프라다폰의 경우 당시까지만 해도 흔하지 않았던 명품브랜드와의 협업을 앞세워 초고가에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후에도 '뷰티폰', '롤리팝' 등으로 지금으로 치면 MZ세대 공략에 성공했다. 

 

LG전자 피처폰의 인기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미국 CDMA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2010년 3분기엔 분기 판매량이 2800만대에 육박하면서 노키아,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점유율 3위까지 올랐다. 

 

모바일 사업이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스마트폰'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처음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중심으로 시장 재편의 움직임이 본격화됐지만 LG전자는 피처폰 중심의 사업을 고수했다. 2009년 첫 스마트폰 ‘안드로-원’을 출시하고 이듬해 '옵티머스' 브랜드를 선보였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후 LG전자는 옵티머스 브랜드를 버리고 G·V시리즈로 새롭게 재편했다. 2014년 선보인 스마트폰 G3가 1000만 대 이상 팔리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후면 카메라 렌즈 아래 볼륨과 전원 버튼을 둔 디자인은 편리함으로 호평을 받았고 고성능 카메라 기능으로 트렌드도 주도했다. 특히 당시로서는 흔하지 않았던 수동 카메라 모드를 G4에 적용해 스마트폰 카메라도 DSLR과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V40은 뒷면에 세계 최초로 표준, 초광각, 망원 등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한 모델이다. 전면 2개의 카메라까지 합하면 펜타(5개) 카메라를 적용한 셈이다. 

 

하지만 곧 품질불량 이슈가 터졌다. 2015년 출시한 G4는 발열과 무한 재부팅 현상을 보였고 2016년 선보인 세계 최초 모듈형폰 G5는 연결 부위의 단차 등 불량이 발생했다. 

 

절치부심한 LG전자는 사업구조 전환을 위해 과감하게 G·V시리즈라는 대표 브랜드명을 버렸다. 획일적인 브랜드 체계에서 벗어나 출시되는 제품마다 고객의 요구와 트렌드를 시의성 있게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직관적으로 제품의 특성을 표현해 고객과의 친밀도를 높이고 기억에 오래 남게 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지난해 출시된 LG벨벳과 LG윙이 그 제품이다. 화면이 가로로 돌아가는 LG윙은 아직 시장이 성숙해지지 않은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을 대신해 폴더블폰과 일반 스마트폰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야심찬 포부 아래 선보였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결국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 기간 누적적자는 5조원에 달했다. 

 

LG전자는 2019년부터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 베트남으로 공장 이전, ODM(제조자개발생산) 확대, 인력 재배치 등 자체적인 사업구조 개선을 이루고자 했다. 사업 철수라는 최악의 상황만은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만 모바일 사업 종료 이후에도 미래 준비를 위한 핵심 기술의 연구 개발은 이어갈 계획이다. 6G, 카메라, 소프트웨어 등 핵심 모바일 기술은 차세대 TV, 가전, 전장부품, 로봇 등 LG전자의 미래 먹거리 사업에도 필요한 역량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부 자원을 효율화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준비를 가속화해 사업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라며 "오랫동안 쌓아온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자산과 노하우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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