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하이트진로가 글로벌 과일 소주 시장 확대를 위해 '참이슬 메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과거 협업 파트너였던 빙그레와의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5년 전 '메로나' 브랜드를 빌려 시장을 개척했던 하이트진로가 이제는 '홀로서기'에 나서며 빙그레의 흔적 지우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가 글로벌 시장 내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략적 홀로서기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달부터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신제품 '참이슬 메론'을 전면 배치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지난 3월 '참이슬 톡톡 레몬'을 선보이며 일본 RTD(Ready to Drink)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 데 이어, 한 달 만에 가세한 신제품이다.
주목할 점은 제품 콘셉트다. 이번 신제품은 지난 2021년 국내에서 빙그레와 손잡고 출시했던 메로나에이슬과 맛의 결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당시 양사의 협업은 이종 업계 간 결합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하이트진로는 빙그레의 장수 아이스크림 '메로나'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메로나에이슬을 출시, '펀슈머(Fun-sumer)' 트렌드를 주도하며 완판 행진을 기록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이번 일본 시장 공략에서 메로나라는 강력한 이름표 대신 자사 메가 브랜드인 참이슬을 선택했다. 검증된 맛은 취하되, 타사 브랜드에 의존하지 않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번 하이트진로의 행보는 브랜드 내재화 전략을 본격화한 것으로 읽힌다. K-소주가 일본 MZ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 만큼, 타사 IP를 활용하기보다 자사 라인업을 확장해 참이슬 브랜드 자체의 지배력을 키우는 것이 실익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참이슬 메론은 기존 초록색 라벨 대신 세련된 블랙 라벨을 적용, 독자적인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 결과적으로 하이트진로는 과거 빙그레와의 협업을 통해 메론 소주에 대한 글로벌 수요를 학습한 셈이다.
검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독자 노선을 걷게 된 하이트진로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에는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업계에선 특정 향료를 활용한 제품 개발은 기업의 자유 영역이지만, 협업의 상징이었던 메론 플레이버를 독자 브랜드로 전격 교체한 점은 원조 파트너인 빙그레 입장에서 다소 뼈아픈 대목일 수 있다고 짚었다. 메로나가 메론맛 주류라는 생소한 카테고리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마중물' 역할만 하고 토사구팽당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일본 주류 시장은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 패턴이 뚜렷해지며 과일 향 중심 저도주와 RTD 제품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머스캣, 피치, 자두에 이어 레몬과 메론까지 촘촘한 라인업을 구성해 현지 소비자의 세분화된 취향을 파고든다는 구상이다.
하이트진로는 앞으로도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맞춤형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일본 내 주류 한류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