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본)=진유진 기자] 인스턴트 라면의 종주국이자 매년 1000여 종의 신제품이 각축을 벌이는 일본 시장에서 농심이 '기적의 우상향' 곡선을 그려내고 있다. 지난 2020년 95억 엔(약 880억원) 규모던 농심 일본법인 매출은 매년 증가하며 지난해 209억 엔(약 2000억원)을 돌파, 5년 만에 외형을 두 배 넘게 불렸다. 매서운 성장세의 중심에는 33년 '일본통'으로서 신라면을 현지 식문화에 박제시킨 김대하 농심 일본법인장의 집념 어린 애사심이 녹아 있다.
김대하 법인장은 지난 15일 일본 도쿄 하라주쿠 '신라면 분식' 팝업스토어에서 기자와 만나 "2030년까지 매출 500억 엔(약 4630억원) 달성과 일본 즉석면 시장 '톱5' 진입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즉석면 시장 6위인 농심이 닛신, 도요스이산 등 현지 '라면 공룡'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선언이다.
김 법인장은 출시 40년을 맞은 '신라면' 역사의 산증인이다. 지난 2002년 법인 설립부터 현장을 지킨 그는 "일본에 브랜드를 심어야 한다"는 고(故) 신춘호 창업주의 철학을 현실로 옮겼다. 그는 "1990년대 초반엔 현지 바이어들로부터 '사람이 먹을 수 없는 맛'이라는 면박까지 들었지만, '매운맛을 못 먹는 사람에겐 팔지 말라'는 창업주의 뚝심대로 우리 고유의 매운맛 DNA를 지켜온 게 오히려 오늘날 독보적인 카테고리를 창출한 비결이 됐다"고 회상했다.
농심의 일본 시장 안착은 매 순간이 도전이었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센다이 공장을 개방해 이재민을 돕고, 2012년 한일 관계 악화로 5년여의 실적 암흑기를 견디면서도 김 법인장은 현장 영업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위기마다 빛난 김 법인장의 현장 경영은 성과로 나왔다. 지난 2015년 신라면에 이어 최근 '신라면 툼바'까지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등 일본 3대 편의점 전 점포 입점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것. 신라면 툼바가 한국 라면 최초로 일본 닛케이 트렌디의 '2025 히트상품 베스트 30'에 이름을 올린 점도 김 법인장의 브랜드 파워 전략이 적중했음을 보여줬다.
농심은 이제 '포스트 신라면' 시대를 준비한다. 현재 매출의 70~80%가량을 차지하는 신라면의 뒤를 이어 '너구리'를 제2의 파워브랜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김 법인장은 "일본인들이 너구리 특유의 쫄깃하고 굵은 면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너구리를 필두로 후루루, 짜파게티, 감자면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매운 라면 시장은 오는 2030년 500억 엔(약 4600억원) 규모로 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심은 이 시장의 50%를 선점해 '매운 라면은 곧 농심'이라는 공식을 완벽히 굳힌다는 전략이다.
김 법인장은 "현지 기업들이 연평균 2~3% 성장에 머무는 정체된 시장에서 농심은 차원이 다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라면 본고장 일본에 우리 브랜드를 완전히 뿌리내리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