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현준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의 배터리 소프트웨어(SW) 전문 기업 '큐노보(Qnovo)'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다.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중 하나인 배터리 관리 기술 확보를 위함이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재무적 차원을 넘어, 큐노보의 배터리 인텔리전스 소프트웨어를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에 신속히 이식해 전기차(EV) 경쟁력을 차별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4일 큐노보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전략적 투자자로 합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배터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시장 환경을 반영한 결과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글로벌 EV 전망 2025'에 따르면, 전 세계 배터리 수요는 오는 2030년까지 현재의 4배 수준인 4000기가와트시(GWh)를 넘어설 전망이다.
배터리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완성차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가격 경쟁력은 물론, 배터리의 신뢰성과 수명 주기 등 경제성을 높이는 것이 전기차 대중화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이번 투자를 기점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큐노보의 배터리 인텔리전스 소프트웨어를 차세대 전기차와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에 탑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큐노보 기술의 핵심은 별도의 하드웨어 추가 없이 확장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기반 아키텍처'에 있다. 큐노보는 물리 기반 예측 알고리즘을 통해 신뢰도 높은 '디지털 배터리 상태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를 활용하면 실시간으로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증 서비스 효율화와 잔존 가치 제고까지 실현할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으로 고도화된 큐노보의 배터리 모델은 작동 상태에 대한 실시간 인사이트를 98.7%의 정확도로 제공해 잠재적인 안전 문제를 사전에 감지한다.
이번 투자는 양사가 수년간 진행해 온 밀착 테스트의 결실이기도 하다. 큐노보의 알고리즘은 실제 주행 환경에서 현대차·기아의 까다로운 신뢰성 기준을 통과하며 기술적 실효성을 입증했다. 현재 큐노보는 200만km의 주행 데이터와 2억개 이상의 배포 장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관련 특허만 60개에 달한다.
나딤 말루프(Nadim Maluf) 큐노보 최고경영자(CEO)는 "현대차·기아의 투자는 충전 및 차량 경험에서 정교한 배터리 인텔리전스가 갖는 전략적 중요성을 입증한 것"이라며 "배터리 관리와 가치 평가 및 확장에 대한 새로운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창환 현대차 부사장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인텔리전스 기술을 전기차 플랫폼에 통합할 수 있게 됐다"며 "큐노보의 접근 방식은 소프트웨어가 고객 경험과 차량 수명 연장의 핵심 동력이 되는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과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는 이번 투자를 통해 블루 어스 캐피털, 보그워너 등 유수의 글로벌 투자자 그룹에 합류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배터리를 단순한 부품이 아닌 '소프트웨어 기반의 지능형 자산'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중요한 전환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