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안전의 대명사'로 불리던 볼보자동차가 창사 이래 최대 품질 위기에 직면했다. 주력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X30'의 배터리 화재 위험을 시작으로 후방 카메라 불량, 안전벨트 결함까지 겹치며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볼보의 글로벌 리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업데이트로도 해결되지 않은 결함과 치명적인 안전사고 우려까지 겹치며 볼보의 품질 관리 체계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 주력 신차 EX30 화재 위험에 글로벌 '충전 제한' 명령
13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볼보 EX30의 배터리 화재 위험 리콜이 한국을 비롯해 △호주 △캐나다 △영국 △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이번 리콜은 중국 선우다(Sunwoda)가 공급한 NMC 배터리 팩의 제조 공정 결함이 원인이다. 배터리 셀 내부에서 리튬이 금속 형태로 쌓이는 리튬 플레이팅 현상이 발생, 내부 단락에 의한 열폭주 가능성이 확인됐다.
글로벌 리콜 규모는 영국 1만 440대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약 3만 4000여 대에 달한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와 볼보 측은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긴급 지침을 내렸다.
영국과 호주 등은 차주들에게 "화재 위험을 낮추기 위해 배터리 충전량을 즉시 70퍼센트 이하로 제한하라"고 긴급 통보했다. 캐나다와 미국 역시 화재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차량을 실외에 주차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남아공은 EX30이 현지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상황에서 터진 대형 악재에 시장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 41만 대 카메라 먹통 재발에 '안전벨트' 결함까지... 총체적 난국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볼보의 고질적인 소프트웨어 불안정과 하드웨어 검수 부실이 동시에 수면 위로 올라오며 안전 신화를 위협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후방 카메라 결함이다. 특히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볼보는 후방 카메라 화면 출력 오류로 미국에서만 41만 3151대의 차량을 리콜했다. △XC40 △XC60 △XC90 등 주력 모델 대부분이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5월 진행된 동일 결함 리콜의 보완책이 실패하며 재차 이뤄진 것이어서 현지 차주들의 집단 소송 등 법적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안전 사양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최근 북미에서는 2026년형 최신 모델인 △XC60 △XC90 등 1355대에서 안전벨트 리트랙터 결함이 발견됐다. 3점식 안전벨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안전의 상징이 된 볼보가 정작 최신작의 안전벨트 부품 관리조차 실패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 밖에도 주행 중 속도계 표시가 사라지는 인포테인먼트 오류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 글로벌 긴급 조치 확산에 국내 차주들도 '촉각'
글로벌 리콜 사태의 파장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국내 인도된 EX30 전량이 리콜 대상인 선우다(Sunwoda) NMC 배터리 사양과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외 소식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차주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현재 국내 최대 볼보 사용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해외 일부 국가에서 내려진 '70% 충전 제한' 및 '야외 주차 권고' 지침이 공유되며 혼선이 빚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한겨울 추위로 전비 저하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70% 충전 제한 조치는 실질 주행거리를 절반 가까이 줄어들게 만드는 치명적인 제약으로 다가온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이용이 일상인 국내 주거 환경 특성상 '실외 주차 권고' 역시 차주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볼보의 품질 관리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010년 중국 지리자동차에 인수된 이후, 볼보는 독자 경영 기조 속에서도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부품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꾸준히 높여왔다. 특히 양사는 지난 2021년 완전 합병 계획을 철회하는 대신, 비용 절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동 구매 및 플랫폼 공유' 체계를 더욱 강화하는 실리 노선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선우다 등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배터리 채택이 EX30 등 주력 신차로 확대된 것이다.
결국 이번 글로벌 리콜 사태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보다 수익성을 우선시한 '공급망 통합 전략'이 낳은 결과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배터리와 안전벨트 같은 핵심 안전 부품에서조차 검증 허점이 드러나며 '안전의 상징'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