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러시아가 65나노미터(nm)급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핵심 공정 장비를 자국 기술로 처음 구축했다. 서방의 반도체 장비 제재 속에서도 레거시 공정 영역에서 최소한의 생산 자립 기반을 확보하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0일 엘레멘트그룹(Элемент)에 따르면 산하 연구기관 니이미(NIIМЭ)와 니이티엠(NIITM)은 최근 플라즈마 화학 증착(CVD)과 플라즈마 화학 식각 공정을 위한 클러스터형 반도체 제조 장비의 개발과 조립을 완료했다. 해당 설비는 20mm와 300mm 웨이퍼에서 65나노 공정의 집적회로(IC)를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두 연구기관의 역할 분담을 통해 진행됐다. 니이미는 총괄 수행기관으로서 청정 생산시설(클린룸) 구축과 장비 설치·연결을 맡았고, 공정 기술 개발과 시험을 수행했다. 니이티엠은 증착·식각 장비를 포함한 클러스터 시스템 하드웨어를 직접 개발하고 시험 과정에 참여했다.
개발된 설비는 반도체 제조 공정의 표준으로 활용되는 클러스터형 구조를 채택했다. 복수의 공정 모듈을 단일 로딩 시스템으로 통합해 웨이퍼를 대기 환경으로 꺼내지 않고 연속 공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엘레멘트는 이러한 구조가 공정 안정성과 품질 확보, 생산 유연성 측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장비는 200mm와 30mm 웨이퍼를 모두 지원하도록 설계돼 기존 생산라인과 향후 설비 전환 수요를 동시에 고려했다. 20mm 구성에서는 90·130·180·250나노 등 설계 규격 적용도 가능하다.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검증된 증착·식각 공정은 기존 공정에 맞춘 적용과 함께 28나노 공정 개발을 위한 기반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65나노 공정은 글로벌 선도 반도체 업체들이 주력하는 첨단 공정과는 거리가 있지만, 자동차·항공우주·산업 자동화·제어 시스템 등에서는 여전히 대량 생산에 사용되는 성숙 공정으로 분류된다. 엘레멘트는 해당 공정 장비를 자체적으로 구축함으로써 서방 장비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공급 중단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서방의 대러 제재 이후 노광·증착·식각 등 핵심 반도체 제조 장비의 수입이 제한된 상황이다. 이번 설비 구축은 첨단 공정 경쟁보다는 군수·산업·국가 인프라용 반도체 생산을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엘레멘트 그룹은 지난 2019년 AFK 시스테마와 러시아 국영기업 로스텍 간 합작으로 설립된 전자 산업 전문 지주회사다. 반도체 생산 공장 미크론(Mikron)을 비롯해 니이미, 니이티엠 등 30여 개 설계·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전자 설계·제조와 반도체 생산 장비 개발을 아우르고 있다.
니이미는 1964년 설립된 러시아의 대표적인 마이크로전자 연구기관으로 반도체 공정과 소자 연구, 제품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니이티엠은 1962년 설립된 마이크로전자 산업용 장비 전문 연구기관으로, 76mm부터 300mm 웨이퍼용 증착·식각·에피택시·열처리 장비 등을 개발해왔다.
바실리 슈팍 러시아 산업통상부 차관은 “300mm 웨이퍼 기반 65나노 공정 장비는 러시아 마이크로전자 산업의 중장기 수요를 충족할 것”이라며 “이 플랫폼의 모듈식 설계는 기존 장비에서 공정 개발을 가능하게 하고, 더 정교한 공정 기술로의 전환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