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SK온이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대를 뒷받침할 관리자급 기술 인재 채용에 나섰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중심이던 미국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ESS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는 과정에서 고위급 엔지니어링 인력을 통해 사업 실행력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온 미국 생산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 Battery America)'는 최근 'ESS 애플리케이션 및 통합 엔지니어링 담당 티렉터'에 대한 채용 공고를 게시했다. 유틸리티급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BESS) 프로젝트 전반의 기술 판단과 시스템 통합을 책임질 관리자급 인재를 대상으로 한 공개 채용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SK온은 자격 요건에서 경쟁사 출신 경력을 우대 요건으로 명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ESS 자회사 버테크(Vertech) △테슬라 에너지 △플루언스(Fluence) △바르질라(Wärtsilä) 등 글로벌 ESS 통합 사업자나 티어1 배터리 업체에서 시스템 통합과 성능 책임을 수행한 경험을 높게 평가한다. 배터리 셀 제조 역량에 ESS 시스템 운영 경험을 결합할 수 있는 인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ESS 사업 경험도 강조했다. 에너지저장, 발전, 전력 인프라 분야에서 10~15년 이상의 경력과 다학제 엔지니어링 조직을 이끈 디렉터급 경험을 요구했으며, 전력변환장치(PCS) 인버터 토폴로지, 배터리 시스템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원격 감시·제어 시스템(SCADA) 전반에 대한 이해를 필수 조건으로 제시했다. 성능 보증과 연계된 대형 프로젝트 계약을 직접 다뤄본 경험 역시 주요 평가 기준으로 포함됐다.
해당 직무는 ESS 제품의 기술 전략과 시스템 통합을 담당한다. 사전 영업 단계에서의 기술 검토부터 프로젝트 설계·구축, 상업 운전 이후 성능 모니터링과 보증 이행까지 ESS 프로젝트 전 주기에 걸친 기술적 정합성을 책임진다. 배터리 셀·모듈·DC(직류) 블록을 기반으로 PCS, EMS, 플랜트 제어(PPC) 등 외부 시스템을 통합해 계통 규제와 고객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것이 주요 업무로 제시됐다.
기술 조직 관리에 그치지 않고 계약과 성능 리스크를 직접 다루는 점도 특징이다. 공장 인수 시험(FAT), 현장 인수 시험(SAT), 커미셔닝 조건을 포함한 기술 계약 부속서(Exhibit)를 주도하고, 용량·효율·가동률 보증 등 성능 기반 계약 이행을 영업·법무 조직과 협업해 관리하는 책임이 명시됐다.
근무지는 미국 미시간주 트로이다. 트로이에는 SK온의 북미 권역별 본부(Regional Headquarters·RHQ)가 위치해 있다. 북미 RHQ는 올해 2월 신설된 조직으로, 신규 수주와 주요 고객사 관리 등 북미 지역에서의 세일즈 활동을 전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생산 거점과 분리된 본부 조직을 기반으로 ESS 시스템 설계와 고객 기술 협의, 프로젝트 관리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 배치로 해석된다.
이번 채용은 SK온이 미국 ESS 사업 조직을 단계적으로 정비해온 흐름과 맞물린다. 앞서 SK온은 지난 9월 미국 ESS 시장에 정통한 테라썬(Terrasun) 출신 인물을 SK배터리아메리카 ESS 사업부 부사장(VP)으로 영입해 영업과 사업 전략을 강화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사업·영업을 책임지는 부사장급 인사 영입에 이어, 기술·시스템·성능을 전담할 디렉터급 인재 채용에 나서며 미국 ESS 사업 실행 체계를 구체화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인재 영입 움직임은 최근 포드와의 합작 구조 개편 이후 SK온의 미국 사업 전략 변화와도 연결된다. SK온은 지난 11일 포드와 5대5 합작으로 운영해온 '블루오벌SK'를 청산하고 각자 공장을 단독 운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SK온은 테네시 공장을, 포드는 켄터키 1·2공장을 각각 소유하게 되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는 SK온이 전액 확보하게 된다.
합작 종료로 SK온은 미국 사업에서 생산과 포트폴리오 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했다. 포드 전용 전기차 배터리 물량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ESS를 포함한 신규 사업 확장이 가능해졌고, 테네시 공장의 ESS 배터리 라인 전환도 본격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전기차 시장 둔화 속에서도 미국 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와 중국산 배터리 규제 강화로 ESS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전략 변화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SK온은 이미 미국 ESS 시장을 겨냥한 사업 성과도 확보한 상태다. 투자세액공제(ITC)를 전액 적용받을 수 있는 5.3MWh 규모 DC 블록을 미국에서 제조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 미국에 설치될 총 7GWh 규모의 ESS 프로젝트를 수주·계약 완료했다. SK온은 테네시 공장을 포함한 미국 생산 거점을 활용해 내년 최대 10GWh 규모의 ESS 생산능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SK온 관계자는 "당사는 북미 ESS 시장에서 고객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현지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