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 '사이캐리어(SiCarrier)'가 네덜란드 ASML 장비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 중인 첨단 리소그래피 장비가 공정 복잡성과 낮은 수율 문제로 현실적인 한계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의 대중국 첨단 장비 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술적 제약으로 인해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전략에 제동이 걸릴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사이캐리어 장비는 DUV(심자외선) 노광과 SAQP(Self-Aligned Quadruple Patterning, 자기 정렬 4중 패터닝)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SAQP는 한 번에 구현하기 어려운 미세 회로를 여러 단계로 나누어 겹쳐 그리는 방식으로, 공정이 복잡하고 미세한 오차가 누적되면 결함률이 높아져 생산 수율이 낮아지는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업계에서는 SAQP 기반 DUV 방식이 이론적으로는 선폭을 줄일 수 있지만, 패턴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공정 난도가 급격히 올라간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존 DUV 장비는 한 번의 노광으로 패턴을 형성하는 반면 SAQP는 네 번 반복해 선로를 촘촘히 만들기 때문에 작은 오차도 누적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대량 생산에서는 수율이 떨어지고 장비·재료·엔지니어링 난도가 모두 높아진다.
실제 이같은 구조적 한계로 인해 중국 파운드리의 5나노미터(nm)급 웨이퍼 개발 비용은 TSMC 대비 최대 50% 높고, 예상 수율은 30%대에 머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DUV 기반 공정이 안고 있는 현실적 제약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첨단 리소그래피 장비 개발을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미국의 대중국 첨단 장비 제재가 있다.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는 물론 일부 고성능 DUV 모델까지 중국 수출이 금지된 상황에서 사이캐리어를 통한 장비 국산화로 생산라인 운영 리스크를 줄이고, EUV 장비 없이도 7나노 이하 미세공정 진입이 가능하다는 상징적 메시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캐리어는 2022년 설립 이후 웨이퍼 제작 핵심 장비인 에피택시, 에칭, 화학·물리 증착 장비 등을 선보이며 기술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왔다. 2023년 말에는 DUV와 SAQP 기반 특허를 확보하며 EUV 없이도 5나노급 성능 달성을 목표로 장비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